경제·금융 경제동향

석유·가스공사 비핵심 해외자산 매각 시동··부실 군살빼기 잘될까

‘자원개발 추진체계 개선방안’ 최종 확정

정부, “공기업이 자체 판단해 매각하도록 유도할 것”

한국석유공사의 이라크 하울러 광구 전경./사진제공=한국석유공사한국석유공사의 이라크 하울러 광구 전경./사진제공=한국석유공사




이명박(MB) 정부 당시 추진한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부실을 털기 위한 ‘자원개발 추진체계 개선방안’이 최종 확정됐다. 정부는 석유·가스공사는 공기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비핵심자산을 매각하고 신규투자를 원칙적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광물공사의 경우 민간에 해외자산의 단계적인 매각을 추진하되 광물비축 기능은 구조조정이 끝난 후 유관 기관과 통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해외자원개발 기능의 단계적인 이양을 통해 민간분야의 참여를 확대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지만 저유가가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의 적극적인 투자를 끌어들이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9일 오후 3시 주형환 장관이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 대회의실에서 ‘제14차 에너지위원회’를 주재하고 이 같은 내용의 ‘자원개발 추진체계 개편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강승진 산업기술대 교수, 김재옥 에너지컨슈머 회장, 박주헌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이은형 국민대 교수 등 위촉직 위원 16명이 참석했다.


정부가 이날 공개한 ‘자원개발 추진체계 개선방안’은 △비핵심자산 매각 등 부실정리 △자산 구조조정 상시화·전문 인력강화 △민간의 해외자원개발 투자여력 확대 등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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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정리는 석유·가스공사와 광물공사 투트랙으로 진행된다. 정부는 우선 석유·가스공사의 경우 지분이 적거나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시너지 효과가 작은 비핵심 자산을 팔고 핵심자산은 경영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각 공기업이 책임 아래 매각을 추진하고 유가 등 시장 상황을 고려해 매각시기는 탄력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신규투자는 원칙적으로 제한하되 대륙붕 탐사와 민간지원 등 정책적인 필요성이 큰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석유공사는 석유 비축업무에, 가스공사는 가스 도입 연계사업에 집중시키겠다는 복안이다. 부채비율이 7,000%에 육박해 자본잠식 상태인 광물공사는 매년 해외자산을 평가해 국내 수요자에 파는 방안이 추진된다. 불필요한 매각 지연을 막기 위해 전문기관에 매각 위탁을 맡기는 방안도 검토된다. 정부는 비핵심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이 일단락된 후 광물비축·광물산업 지원 기능을 유관 기관과 통합할 방침이다.

상시적인 자산 평가시스템도 도입된다. 정부는 공기업이 보유한 해외자산을 △A군(지속보유) △B군(투자유치 검토) △C군(수익성 제고) △D군(매각·철수) 등 4가지로 나누고 전략가치와 수익성을 핵심요소로 하는 자산평가에 나서기로 했다. 평가결과에 따라 보유 대상이 된 자산을 효율성을 끌어 올리고 매각 대상 자산은 매각가치 극대화를 꾀한다는 복안이다. 공기업 자회사의 재무관리도 강화된다. 정부는 하베스트, 다나, 앵커 등 석유공사의 6개 자회사에 대한 현금지원 및 지급보증이 증가함에 따라 자회사 부실이 모기업으로 이전될 우려도 있는 만큼 모기업에만 적용하던 재무관리계획 수립을 자회사까지 확대해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인력 관리도 대대적으로 바꿔 ‘자원개발 전문직위제’를 신설하고 외부 전문가 풀을 구축해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정부는 해외자원 개발분야에서 공기업의 민간지원을 대폭 강화한다는 청사진도 세우고 있다. 반세기 동안 공기업이 쌓은 기술·인력·신용도를 민간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컨설팅, 기술·인력 등을 지원한다는 복안이다. 재정·세제지원도 보강된다. 정부는 올해로 뚝 끊긴 성공불 융자 사업을 재개해 자원개발의 탐사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연말로 일몰 예정인 자원개발관련 조세특례제도의 기한을 연장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우태희 산업부 2차관은 “과연 비핵심 자산의 수요자가 있을지에 의문이 많은데 해외자산은 기업의 전략과 사업지형에 따라 모두 다르다”며 “정부가 절대 매각을 독촉하지 않고 공기업이 자체 판단해서 단계적으로 매각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박홍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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