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이우환 위작 논란, ‘영구 미제’로 남나

이우환, 경찰 위작 결론낸 13점 모두 진품

감정단과 작가 완전히 상반된 의견

경찰이 모두 위작이라고 결론낸 이우환 작품에 대해 정작 이우환씨가 모두 진품이라고 밝히면서 이번 위작 사건이 영구 미제로 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위작 논란’에 휩싸인 현대미술가 이우환(80·사진) 화백이 위작 판정이 난 그림 13점에 대해 “전부 진품”이라고 밝혔다.

이 화백은 29일 오후 서울 중랑구 묵동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해 그림을 확인한 후 “13점 중 한 점도 이상한 것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호흡, 리듬, 채색 쓰는 방법이 모두 내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문가들이 ‘위작’이라고 판정한 작품에 대해 써준 작가 확인서에 대해서도 “내가 쓴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통상적으로는 생존작가의 작품에 대한 진위 감정은 작가 견해를 존중하는 편이지만 ‘이우환 위작’의 경우 전문 감정가의 의견과 이 화백의 입장이 절충점 없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바람에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더군다나 경찰이 압수한 이들 13점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과학감정 결과에서도 ‘모두 위작’ 판단이 내려졌음에도 이 화백은 ‘진품’ 쪽에 무게를 둔 입장을 고수해 쉽사리 결론을 찾기 어려웠다. 또한 위작 의혹을 받는 작품 중 1점은 미술 시장에서 ‘작품 보증서’와 맞먹는 효력을 가진 ‘작가 확인서’까지 이 화백이 직접 써줬다고 밝히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 전개를 두고 이 화백은 작가 감정을 배제한 채 경찰이 위작 수사를 하는 것과 자신에게 그림을 보여주지도 않은 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위작’ 결론을 발표한 것에 강한 불만을 토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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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날 이 화백이 “13점 모두 진품”이라고 주장했다고 해서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는 미지수다. 경찰 측이 이 화백의 진위 판단을 다양한 감정 의견 중 하나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작가와 감정기관이 팽팽하게 맞설 경우 자칫 ‘영구미제사건’으로 남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화백은 진품으로 결론 내린 이유 등을 밝히기 위해 30일 오후 기자회견을 예정하고 있다.

앞서 지난 27일 경찰서를 찾아 처음으로 13점의 ‘문제작’을 직접 본 이 화백은 “확인할 게 있으니 다시 봐야겠다”며 확답을 미뤘다. 애초 “내 작품은 위작을 그리기 어렵다” 또는 “내 작품은 사진으로 봐도 알아볼 수 있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던 것과 달리 작품을 확인한 뒤에는 ‘진위를 즉시 판단하기 어렵다’며 결론을 보류했다. 이에 대해 이 화백은 “이틀 전에도 다 진짜라고 생각했는데 좀 더 고민해보고 입장을 밝히기 위해 시간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이날 출석 당시 이 화백의 손에는 자신의 작품이 수록된 도록과 그림의 세부를 들여다보기 위한 확대경이 들려 있었다.

경찰은 4월 이 화백의 위작이 수십억원어치 이상 유통된다는 첩보를 입수해 일본으로 도피한 위조 총책 현모씨를 일본 경찰과 공조해 붙잡았고 현씨는 2012년부터 작품을 위조해 유통책에 전달했다고 혐의를 시인했다. 위조범이 위조 사실을 인정한 부분에 대해서 이 화백은 “잘 모르겠다”며 언급을 거부했다.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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