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 법인세 실효세율이 3년 연속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낀 중견기업들의 실효세율이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야권이 법인세 인상 공세를 펴고 있지만 전 세계적인 추세와 거꾸로인데다 기업들의 법인세 실효세율도 현 정부 들어 가장 큰 폭으로 오름에 따라 여야정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4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기획재정부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제출자료에 따르면 2015년 신고기준 전체 기업(12월 결산법인)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전년보다 0.4%포인트 오른 17.6%로 나타났다. 법인세 실효세율은 조세감면 등 각종 공제 항목을 제외하고 실제로 부담하는 세율을 뜻한다.
법인세 실효세율은 현 정부 첫해인 2013년 17.1%에서 2014년 17.2%, 2015년 17.6% 등으로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야당이 기업들의 세금 감면율이 높다고 공격하고 있지만 실제로 기업들의 조세 부담은 매년 커지고 있었다는 얘기다.
야당은 이날 열린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 질의에서 “법인세 실효세율이 낮고 낮은 세율의 혜택이 대부분 대기업에 돌아간다”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절대적인 금액은 대기업이 많은데 이는 절대적으로 많은 세금을 부담하기 때문”이라며 “실효세율은 대기업이 높은 게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실제 기업 규모별로 보면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상호출자제한 기업)의 실효세율은 19.2%로 전체 기업 중 가장 높았고 중견기업 18.1%, 중소기업이 12.6%로 뒤를 이었다. 다만 지난해 대비 증감률로 보면 중견기업의 실효세율이 0.8%포인트 올라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대기업은 0.5%포인트 올랐고 중소기업은 변동이 없었다.
정부는 기업들의 실효세율이 오른 이유에 대해 지난 2010년 이후 세법개정을 통해 각종 비과세 감면을 축소한 결과로 보고 있다. 지난 5년간 비과세 감면 축소로 누적된 세수가 34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과세 감면 축소 내용을 보면 세금의 4%를 깎아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가 2012년 폐지되고 그 결과 최저한 세율이 2012년 14%에서 2013년 17%로 높아졌다. 2015년 대기업이 일자리를 늘리면 받는 고용창출공제가 없어지고 연구개발 설비공제도 3%에서 1%로 낮아졌다. 고용창출공제가 없어지면서 줄어든 감면 혜택만 2,411억원이다.
또 2015년부터 법인세에 10%씩 붙던 지방세가 각 지방자치단체에 내는 독립세로 바뀌면서 비과세 감면 혜택은 더욱 줄었다. 정부는 지난해 각종 시설투자세액공제율이 인하되는 등 대기업의 실효세율은 계속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법인세 인상 논란에 항상 따라붙는 비교 대상은 해외 사례다.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 22%(지방세 포함 24.2%)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3%보다 낮다. 지방세까지 포함하면 한국은 영국(21%)보다 높을 뿐 미국(39.1%), 독일(30.2%), 프랑스(34.4%), 일본(34.6%)보다 낮은 편이다. 그러나 OECD 가입국이 아니면서 우리와 경쟁하는 대만·싱가포르·홍콩은 법인세 최고세율이 16.5~17%로 우리나라가 더 높다. 선진국의 추세를 따를 것인지, 주변국과의 경쟁을 더 우선해야 하는지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유 경제부총리는 “다른 나라가 (법인세율을) 낮추는데 우리는 높인다는 것은 우리나라로 투자될 자본이 다른 나라로 갈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면서 “대기업 위주의 감면제도로 쏠리는 것이 있다면 좀 더 신경을 쓰고 고쳐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표면에 나타난 법인세율만 갖고는 국제 비교가 정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겉으로 보이는 명목 세율이 높아도 감면해주는 폭이 크면 실질적 부담이 높지 않을 수 있고 미국의 경우 다국적 기업이 본사를 세율이 낮은 국가에 두기 때문에 실질적인 부담은 낮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