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가 진단받은 병명은 ‘외이도염’. 귀 입구에서 고막에 이르는 ‘외이도’가 곰팡이균에 감염돼 통증과 가려움증, 심하면 청력장애 등을 동반하는 질환이다. 올해 여름 아직 제대로 물놀이조차 하지 않은 김 씨에게 외이도염 진단은 다소 의아했다. 문석균 중앙대학교 이비인후과 교수는 “장시간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는 것이 원인이 된 것 같다”며 “특히 아침 출근길 머리를 감은 후 귓속 등을 제대로 말리지 않은 채 이어폰을 바로 착용할 경우 귀 안이 밀폐 돼 통풍이 되지 않고 습도도 높아져 곰팡이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고 지적했다.
김 씨처럼 평소 스마트폰에 이어폰을 연결해 음악을 듣거나 영화·드라마·게임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장마철 귓속 질병에 주의해야 한다.
4일 중앙대병원에 따르면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되고 태풍이 자주 발생하는 7·8월에 외이도염과 같은 귓속 질병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물놀이 외에도 현대인이 즐겨 사용하는 각종 이어폰이 질환 발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고무패킹이 달린 밀폐형 이어폰은 깊숙이 파고들어 귀를 완전히 틀어막기 때문에 세균성·진균성 염증을 유발하기 더욱 쉽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습도가 높은 여름철 외이도염을 예방하려면 가급적 장시간 이어폰 사용을 자제하고 이어폰 고무마개를 자주 갈아주거나 헤드셋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샤워나 머리를 감은 후에는 바로 이어폰을 착용하지 말고 선풍기나 드라이기의 찬바람으로 충분히 귀를 말려서 건조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문 교수는 “외이도염에 걸렸을 경우 증상에 따라 항생제나 점이액을 사용해 통증을 조절함으로써 치료가 가능하다”며 “방치하면 곰팡이 감염이나 세균 저항이 커져 치료가 까다로워지고 중이염으로 악화된다면 청력장애를 동반할 위험도 있는 만큼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