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를 동반한 장마전선이 4일 부산, 경북, 충남·북, 전북 등 남부지방 곳곳에 피해를 남긴 뒤 점차 북상하고 있다. 많은 양의 비로 지반이 약화하면서 굴러떨어진 돌에 부딪힌 열차가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하는가 하면, 축대가 무너지며 토사가 도로로 쏟아져 내려오기도 했다. 울산에서는 낙뢰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도로와 주택이 침수돼 주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기상청은 남부지방에 머물렀던 장마전선이 점차 북상하면서 오는 7일까지는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하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장마전선이 지난주 말부터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전국에 영향을 미치며 곳곳에 많은 비가 쏟아졌다. 이에 따라 전국 각지에서 침수피해와 낙뢰·낙석 등의 피해가 접수됐다.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서는 이날 오전8시20분께 장맛비에 낙석이 철로로 떨어지면서 영동선 석포역에서 승부역 방향으로 가던 무궁화호 열차가 떨어진 낙석과 부딪혀 탈선했다. 이 과정에서 기관차 6량 가운데 1량이 철로를 벗어났다. 코레일 측은 열차가 철로에 낙석이 떨어진 것을 발견하고 급정거했으나 무너져 내린 낙석과 부딪히면서 기관차 앞바퀴 2개가 궤도를 벗어났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에 열차에는 42명이 타고 있었으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부산시 동구 초량동 쌈지공원에서는 오전8시5분께 8m 높이의 축대가 붕괴하면서 토사가 도로와 주차된 차량을 덮쳤다. 쏟아진 토사로 주차된 차량과 1톤 트럭, 장애인 전동스쿠터 등이 매몰됐고 인근 도로도 흙으로 뒤덮였다. 앞서 오전7시에는 전북 전주시 덕진구 진북동의 한 콩나물 공장 인근 절개지에서는 1톤가량으로 추정되는 낙석이 떨어져 공장 지붕을 덮쳤다. 이 사고로 공장 지붕이 무너졌으나 인명피해는 없었다.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본사 지하 피트에서 오전6시40분께 낙뢰로 추정되는 불이 났다. 지하 피트는 맨홀 형태의 공간으로 폭 1m, 높이 2m, 길이 250m 규모로 각종 전선과 케이블 등이 깔렸다. 불은 1시간 50분 만에 진화됐으며 인명피해는 없었다.
침수 피해도 이어졌다.
충북 옥천군 금구천 하상 주차장이 갑자기 쏟아진 장맛비에 침수돼 순찰차 등 차량 3대가 긴급 견인됐으며 군산과 전주·완주·부산 등지에서는 주택과 상가 침수 신고가 이어졌다. 전국 곳곳에서 지하도로가 침수되고 빗길 교통사고가 잇따르며 교통정체가 빚어졌다.
기상청은 남부지방에 머물렀던 장마전선이 북상하면서 7일까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5일 오전과 5일 오후 늦게부터 6일 오전 사이에 장마전선상에서 발달한 저기압이 중부지방을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30㎜ 이상의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6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중부지방 100∼200㎜(많은 곳 300㎜ 이상), 남부지방·제주도 30∼80㎜이다. 서해안과 남해안을 중심으로 바람이 강하게 부는 곳이 있겠고 그 밖의 지역에도 바람이 강하게 불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비가 오지 않다가 지난 1일부터 많은 비가 내린 탓에 지반이 약해진데다 추가로 많은 비가 오는 곳이 있겠으니 산사태·축대붕괴·하천 범람·농경지와 도로 침수 등 비 피해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기상청은 강조했다. 기상청은 장맛비가 7일 이후 소강상태에 들어갔다가 주말인 9일부터 남부지방에 영향을 다시 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