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우리나라를 중국 진출의 전진기지로 삼으려는 유럽 국가가 대거 늘어난 덕이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외국인이 국내에 직접 투자한 규모는 신고 기준 105억2,000만달러로 전년보다 18.6%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 100억달러를 돌파한 것은 지난 2014년(103억3,000만 달러) 이후 두 번째다.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중국·유럽연합(EU)과 FTA를 맺은 국가”라며 “경제의 기초체력이 탄탄한 우리나라를 플랫폼으로 활용해 해외 수출의 전진기지로 삼으려는 외국인들의 투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별 투자실적을 살펴보면 FTA의 효과가 극명하게 나타난다. EU의 경우 올해 상반기 42억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투자실적이 221.2% 급증했고 중국은 7억달러로 79.5% 상승했다. 미국은 18억 달러로 전년 대비 투자실적이 13.7% 뒷걸음질쳤지만 분기별로 살펴보면 1·4분기(5억달러), 2·4분기(12억달러)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특히 13억 중국 내수시장을 직접 공략하기 위한 투자는 업종과 투자유형을 가리지 않고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소재 분야의 경우 올 상반기 국내 공급과 중국 시장수출을 목적으로 1억달러 규모의 탄소섬유복합소재 생산공장 신설투자가 단행됐다. 2차전지 분야에서는 중국 내 에너지 신산업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분리막 공장 증설을 목적으로 1억5,000만달러 투자가 신고됐다. 급속도로 성장하는 중국 내 모바일, 웹 게임 분야에 대응하기 위한 명목으로 지분투자에도 1억7,500만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투입됐다.
정부는 해외 직접투자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역 개발프로젝트 등 부동산에 쏠렸던 투자가 제조업·서비스업 등으로 고르게 분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제조업 분야의 상반기 투자실적은 28억5,000만달러로 159.6% 증가했고 이 가운데 우리 주력 산업으로 꼽히는 전기·전자, 운송용 기계, 화공 업종이 74.7%를 차지했다. 서비스업은 72억4,000만달러로 같은 기간 13.7% 증가했다. 유형별로는 이미 설립된 회사를 매입하는 형태의 인수합병(M&A)형 투자는 33억달러로 46.1% 증가했고 땅을 매입해 직업 공장을 짓는 형태의 그린필드형 투자는 72억2,000만달러로 9.2% 늘었다.
다만 하반기 투자여건이 녹록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경기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어서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FDI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및 일부 원자재 수출국의 저성장으로 인해 전년(1조7,600억달러) 대비 10~15%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상반기 외국인 투자의 상승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 맞춤형 투자유치 활동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