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벌

복효근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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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벌이다


이중으로 된 창문 사이에

벌 한 마리 이틀을 살고 있다

떠나온 곳도 돌아갈 곳도 눈앞에

닿을 듯 눈이 부셔서

문 속에서 문을 찾는



- 당신 알아서 해

싸우다가 아내가 나가버렸을 때처럼

무슨 벌이 이리 지독할까


혼자 싸워야 하는 싸움엔 스스로가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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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으로 이루어진 무문관無門關

모든 문은 관을 닮았다

벌이 벌이었구나. 꽃 아니면 앉지 않고, 꿀 아니면 마시지 않더니 문 속에서 문을 찾는 벌을 받는구나. 사람들이 소 타고 소를 찾고, 길에서 길을 묻고, 살면서 삶을 묻고, 죽으면서 죽음을 묻는 것과 다르지 않구나. 떠나온 곳도 돌아갈 곳도 눈앞에 보이는데, ‘당신 알아서 해’ 집 나간 아내처럼 신(神)이 던져준 자유의지는 두렵기만 하구나. 이틀째 갇힌 벌을 내보내지 않는 까닭은 자신도 문과 문 사이 갇힌 슬픔 때문이구나.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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