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경제교실] 中 기업부채 위기설…얼마나 심각한가요?

김재현 NH금융연구소 부연구위원

중국 기업부채, GDP의 170%…세계 최고 수준이죠

김재현 NH금융연구소 부연구위원김재현 NH금융연구소 부연구위원




지난 2000년 이후 약 10%에 달했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6%대로 하락하면서 중국이 글로벌 경제의 리스크를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는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것이라며 중국 경제 위기설을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중국 경제 위기설과 함께 자주 제기되는 문제가 바로 중국의 과도한 기업부채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블룸버그 등 주요 글로벌 매체들도 계속 중국 기업부채의 심각성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중국 기업의 부실이 터지면 중국 은행권의 부실대출이 급증할 것이고 이로 인해 중국 금융시스템이 붕괴돼 실물경제까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그럼 중국 기업부채 문제는 얼마나 심각할까요.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170.8%를 기록했습니다. BIS가 집계한 42개국 중 룩셈부르크·홍콩·아일랜드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수치입니다. 앞의 세 국가가 기업 설립에 특화된 지역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제일 높은 셈입니다. 참고로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의 신흥국 평균은 104%였고 주요20개국(G20) 평균은 92%였습니다. 중국이 신흥국과 G20보다 약 70% 이상 높은 편이니 평균을 크게 넘어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기업부채 문제가 심각해지기 시작한 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입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중국 경제 성장률이 급락했고 결국 중국 정부는 4조위안(약 72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습니다. 그 뒤로 중국의 기업부채 문제는 악화일로에 접어들게 됩니다.

당시 수직 낙하하는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중국 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등 대규모 투자를 집행했습니다. 중국의 철도·항만·철강·석탄 등 주요 기간산업들은 국유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어 대부분 국유기업을 통해 대형 투자가 이뤄졌습니다. 결국 국유기업 위주로 중국 기업들의 부채가 급증했습니다.

그럼 적정한 기업부채 수준은 얼마이고 중국 국유기업들의 부채비율은 얼마나 높을까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발생 이후 우리나라는 기업들의 부채수준을 200% 이하로 낮추도록 요구했고 기업들은 부채를 지속적으로 줄였습니다. 2015년 말 국내 상장기업들의 평균 부채비율은 약 120%로 양호한 수준입니다. 반면 중국 재정부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의 중국 국유기업 경영상황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국유기업의 부채비율은 197%입니다. 즉 기업이 자체 조달한 자본보다 외부에서 빌린 부채가 2배 가까이 되는 셈입니다. 위험한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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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채리스크 왜 생겼나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中정부, 대규모 SOC 투자

국유기업 위주 눈덩이 빚 쌓여

성장둔화 겹쳐 경제 뇌관으로

☞ 향후 전망은 어떨까요

中정부, 디레버리징 안간힘

과잉공급 산업 구조조정도


정부·가계부문 부채는 안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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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상황서 버틸 시간 있어

경제 붕괴로 이어지진 않을 것

중국 경제가 고속성장 시대를 끝내고 중속성장 시대에 진입했다는 사실이 중국 기업부채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사실 경제가 계속 빨리 성장해주기만 한다면 부채비율이 높아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성장이 둔화되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까지 한꺼번에 나타나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중국 정부도 기업부채 문제에 마냥 손을 놓고 있지는 않습니다.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는 공급개혁과 디레버리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철강·석탄으로 대표되는 과잉공급 산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고 기업들의 부채비율 역시 낮추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지만 중국에서도 ‘강시기업’ 구조조정이 화두입니다. 중국에서는 좀비기업을 강시기업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중국 기업부채가 중국 경제의 붕괴를 야기할까요. 중국 부채 문제의 심각성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4년에는 중국 지방정부 부채의 위험성이 계속 거론되다가 지금은 기업부채 문제로 초점이 옮겨졌습니다. 중국 정부의 정책적 대응으로 지방정부 부채의 위험성이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현재로서는 기업부채로 중국 경제가 붕괴할 가능성은 크게 높지 않아 보입니다. 중국 기업의 부채가 과도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정부 부문과 가계 부문의 부채수준은 낮습니다. 중국 정부 부문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44%로 주요 국가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입니다. 정부 부문의 GDP 대비 부채비율이 미국은 약 100%에 달하고 일본은 200%가 넘습니다. 경제가 튼튼한 독일 역시 80%에 근접합니다. 만약 문제가 발생해도 기업부채를 정부 부문이 흡수할 여지가 넉넉한 셈입니다. 문제를 해결할 시간은 벌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부채비율을 꼭 낮춰야 합니다.

김재현 NH금융연구소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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