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한진해운, 컨테이너 연체 리스료도 20% 인하 협상 돌입

기존 연체분도 9월 이후 완납 제시

14개 국내외 리스사 반응 시큰둥



극심한 유동성 부족으로 컨테이너 리스료마저 연체하고 있는 한진해운이 리스사들을 상대로 요금을 일괄적으로 20%씩 깎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연체한 리스료에 대해서도 조건부 자율협약이 마무리돼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된 후 대부분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한진해운의 이 같은 제안은 채권단이 제시한 세 가지 조건(용선료 조정, 채무 재조정, 해운동맹 가입)을 모두 충족했을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리스사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진해운은 현재 세 조건 가운데 해운동맹 가입 조건 하나만 갖췄다. 난항을 겪고 있는 용선료 협상에 더해 리스료 협상까지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는 한진해운의 앞길이 가시밭길이다.

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본사로 트리턴·블루스카이 등 리스 계약을 맺은 14개 리스사 관계자들을 불러 컨테이너 리스료 미지급 문제를 논의했다. 컨테이너선을 운영하는 해운사들은 통상 컨테이너를 보유한 업체들로부터 컨테이너박스를 빌려 사용하는데 한진해운은 운영자금이 고갈되면서 리스료를 제때 못 내 밀려 있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한진해운이 연체한 리스료는 총 4,000만달러 정도로 알려졌다. 리스료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음에도 한진해운이 리스료를 연체하는 것은 운영자금이 바닥을 드러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이에 한진해운은 리스사들에 향후 3년6개월간 컨테이너리스료를 20%씩 일괄적으로 깎아달라고 요청했다. 이후에는 해당 시점에 해운업계에 형성돼 있는 컨테이너리스료(시장가격)의 1.1배를 주고 재임대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미 연체된 리스료는 7월 말과 8월 말 10%씩 지급하고 산업은행 자회사 편입이 예상되는 9월 이후 나머지 80%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기존에 아시아~미주 항로 운영을 위해 빌린 컨테이너에 걸린 반납지(地) 제한 조항도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렌터카로 치면 반드시 지정된 곳에 렌터카를 반납하지 않아도 되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관련기사



하지만 리스사들은 한진해운의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이 제시한 조건의 유불리는 제쳐두더라도 한진해운이라는 회사 자체의 회생 여부가 안갯속이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은 채권단이 제시한 세 가지 조건 가운데 해운동맹 가입 하나만 만족시킨 상황이다. 선주와의 용선료 협상과 채무 재조정이 과제로 남아 있지만 어느 하나 만만한 게 없다. 한진해운의 최대 선주사인 시스팬 최고경영자(CEO)는 “한진해운의 용선료 인하를 받아들이느니 선박을 회수하겠다”며 압박하기도 했다.

여기에 채권단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사재출연 문제를 놓고 기 싸움을 벌이는 모양새다. 컨테이너리스사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나중에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리스료를 받을 수 있다는 확실한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이 재임대 조건으로 내건 ‘시장가격의 110%’도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항로와 리스사별로 리스료가 다 다른데 ‘시장가격’을 어떤 기준으로 삼을지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진해운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그나마 회수할 수 있는 일부 리스료도 날려버릴 수 있어 리스사들이 한진해운의 요구를 일정 부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계획에 없던 아시아 일부 항로 운영권을 매각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컨테이너리스료 협상도 용선료 협상의 연장선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