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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돌]서양 하늘에 제우스가 있다면 동양엔 옥황상제가 있다

6일 여의도여고서 '조선의 과학이야기' 열려<br>세계관에 따라 다른 동서양 별자리 이해<br>실록 등 역사적 기록으로 천문강국 조선 확인

‘조선의 밤 하늘에는 궁궐, 관청 그리고 시장이 있었다?’   6일 열린 ‘조선의 과학이야기’에서 안나미 박사(사진)의 동양인의 세계관과 별자리에 대한 설명에 학생들이 귀기울여 듣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조선의 밤 하늘에는 궁궐, 관청 그리고 시장이 있었다?’ 6일 열린 ‘조선의 과학이야기’에서 안나미 박사(사진)의 동양인의 세계관과 별자리에 대한 설명에 학생들이 귀기울여 듣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


“똑같은 밤 하늘의 별자리인데 왜 동양과 서양은 다른 의미를 부여했을까요? 세계관과 가치관이 달랐기 때문이죠. 서양에선 그리스신화를 하늘에 옮겨놓았고, 동양은 하늘과 땅의 이치가 서로 통한다고 생각했어요. 이를테면 서양엔 제우스, 오리온 별자리가 있다면, 동양엔 옥황상제가 사는 궁궐(자미원), 신하들이 나랏일을 하는 관청(태미원), 백성이 사는시장(천시원) 등으로 별자리를 표시했답니다.”

지난 6일 여의도여고에서 열린 안나미 박사(사진)의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 강좌 ‘조선의 과학이야기’에 참석한 학생들은 학기말고사를 마치고 느긋한 마음으로 조선시대의 천문학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고전 인문학 아카데미로 올해 4년째 운영하고 있다. 이번 강좌는 영등포평생학습관이 지역학교 지원사업과 연계하여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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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박사는 “과학 하면 서양이 처음부터 주도적으로 발전했을 것 같지만, 역사적 사료를 찾아보면 동양 그중에서도 고구려, 조선 등은 천문학 분야에선 상당히 고도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었다”면서 “조선시대에 제작한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는 고구려의 천문도를 바탕으로 제작하였으며, 이는 한국천문연구원에서 검증한바 있다. 고구려시대엔 항해를 할 수 있는 나라가 강국이었는데, 천문학과 지도학이 바로 항해의 핵심기술이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조각으로 알고 있었던 지식이 퍼즐처럼 연결되는 체험을 한 듯 귀를 쫑긋 세웠다.

그는 조선시대에도 중요하게 여겼던 별자리인 수성·금성·화성·목성·토성의 당시 이름과 관측법 그리고 정치에는 어떻게 쓰였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했다. “오성(五星)을 정한 이유는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별이기 때문이죠. 조선시대엔 하늘의 이치가 땅에 구현된다고 믿어 하늘을 관측해 기록하는 관직이 별도로 있을 정도였어요. 별자리 이름도 지금과는 달랐죠. 화성은 형혹성(滎惑星)이라고 해서 빨간색인데 형혹성이 지구와 가까워지면 전란이 터진다고 믿었어요. 조정에 회의가 열렸죠. 화성은 서양에서도 전쟁의 신(Mars)라고 하니 서로 비슷한 세계관을 갖고 있었다고 할 수 있겠죠.” 안박사는 실록에 남아있는 방대하고 정교한 천문학 기록에 대한 설명에 이어 조선시대에 발명된 혼천의, 간의 천문기기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아울러 조선시대의 초신성 관련 기록이 서양 천문학회에 발표한 사례도 곁들였다. 그는 “1604년 선조 때 새로 나타난 별에 대한 기록이 7개월간 130회 남아있는데 이것이 바로 케플러의 초신성”이었다 며 “망원경 이전 세대인데도 조선시대의 관상감 천문학자들이 초신성의 밝기와 변화를 금성·목성 등과 비교해 놀라우리만큼 정밀하게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여름 방학을 앞둔 학생들은 도서관에서 열린 조선의 과학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강의에 몰입했다.

한편 올해 4회째인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21곳과 서울시 중고등학교 30여 곳에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장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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