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주에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화장품과 생활용품, 인터넷 등 소비재 기업들이 기존 시장을 이끌던 화학과 철강 등 ‘중후장대’ 산업을 밀어내고 시가총액 상위권 자리를 꿰차고 있다. 특히 LG생활건강(051900)은 전자·화학·디스플레이 등 LG그룹의 대형주들을 제치고 시가총액 10위권(우선주 제외)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9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이날 2.16% 상승한 118만1,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시가총액은 18조4,450억원으로 KT&G를 제치고 시가총액 10위로 장을 마쳤다. LG생활건강은 최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와 미국 금리 인상 등 글로벌 불확실성 시대에 오히려 주목받고 있다. 포스코·LG화학 등 기존 시가총액 16조~20조원대 기업들이 글로벌 경기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으며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반면 LG생활건강은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중국 시장에서 매출과 수익이 동시에 늘고 있다. 최근 LG생활건강은 ‘후’에 이어 ‘숨’ 등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가 면세점과 백화점 등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코스피시장에서는 시가총액 상위권에 인터넷·화장품 등 소비재 기업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지난해부터 주목받은 아모레퍼시픽(090430)은 최근 삼성전자(005930)·한국전력(015760)·현대차(005380)에 이어 시가총액 4위에 이름을 올렸고 네이버는 자회사 ‘라인’의 상장계획을 밝히며 5위까지 올라와 ‘ICT 전성시대’를 견인하고 있다. 반면 포스코·기아차(000270) 등 전통의 강자들은 10위권 밖으로 밀려 고전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내수 중심의 유통, 정보기술(IT) 기업이 최근 해외에서 활약하면서 기존 ‘수출주’의 역할을 대신한 덕분이다. 화장품·생활용품을 수출하는 소비재 기업은 중국과 겨뤄야 하는 해외 시장에서 ‘저가 경쟁’ 대신 ‘프리미엄 전략’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브렉시트와 유가변동으로 조선·화학·반도체 등 국내 경제를 이끌었던 기업의 주가가 조정을 크게 받은 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내수 기업이 해외에서 가치가 높아지며 주가도 덩달아 상승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화장품 산업은 내수업체지만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을 통해 수출에 힘을 쏟는다”며 “화장품 업체들이 가격경쟁을 하는 수출이 아니라 고급 브랜드의 이미지를 만들면서 주가가 올라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재들의 활약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최근 가치주 업종의 어닝서프라이즈가 기대되는 만큼 지금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2·4분기 실적 시즌이 긍정적일 것으로 보이는 만큼 주가가 낮은 지금이 경기민감 기업의 매력이 높은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