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청와대 엿보기] ‘울워스 쥐덫’이 혁신? 朴대통령의 인용 실수

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서

대표적 경영실패 사례를

혁신정신 강조하며 제시

“보좌시스템 좀 더 세밀해야”

靑 "개발정신 강조하기 위해 예로 든 것"

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

박근혜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미국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에머슨의 말을 소개했다. “만약 당신이 더 좋은 책을 쓰고, 더 좋은 설교를 하고, 더 좋은 쥐덫을 만든다면 당신이 외딴 숲 속에 살더라도 사람들은 당신 집 앞까지 반들반들하게 길을 낼 것입니다.”


여기서 ‘더 좋은 쥐덫’은 ‘좋은 제품’에 대한 비유다. 좋은 제품을 만든다면 그것을 사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이 길을 다져놓을 것이라는 말이다.

여기까지는 좋았지만 문제는 다음 발언에서 발생했다.

“그런데 미국의 울워스라는 회사에서 한 번 걸린 쥐는 놓치지 않고 예쁜 모양의 위생적 플라스틱 쥐덫을 만들어서 발전을 시켰습니다. 이런 정신은 우리에게 생각하게 하는 바가 많다고 봅니다.”


박 대통령은 제품을 혁신시키겠다는 ‘정신’이 경제발전의 근본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울워스의 쥐덫을 성공 사례로 제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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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반적으로 울워스의 쥐덫은 ‘혁신제품도 실패할 수 있다’는 논리를 설명하기 위한 사례로 이용된다. 디자인과 색깔이 예쁜데다 플라스틱이어서 재사용이 가능한 쥐덫이었지만 소비자들은 잡힌 쥐를 처리한 뒤 세척해서 재사용하는 과정이 불편했다. 그 결과 잡힌 쥐와 함께 쥐덫도 함께 버릴 수 있는 구형 제품을 선호하며 신제품을 외면했고 결국 시장에서 퇴출됐다는 게 울워스의 쥐덫 스토리다. 그래서 영어로는 이 사례를 ‘더 나은 쥐덫의 오류(better mousetrap fallacy)’라고 부른다. 박 대통령은 ‘실패 사례’를 ‘성공 사례’로 잘못 거론한 것이다.

이번 촌극은 대통령 보좌 시스템이 세밀하게 작동하지 않았기에 나온 실수라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대통령의 말은 개인의 발언이 아닌 국정 최고 책임자라는 거대한 시스템으로부터 나오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의 발언은 그 즉시 국정의 방향성으로 작용한다. 대통령은 말로 통치한다”면서 “무투회의와 같이 중요한 자리에서 사례 인용 실수가 나온 것은 참모들이 대통령 연설문을 세밀히 점검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기존 제품의 틀을 깬 개발정신을 강조하기 위해 쥐덫의 예를 든 것이고 해당 제품의 성공과 실패 여부까지 다 따져서 언급한 게 아니다”라면서 “실제로 쥐덫의 예가 성공 사례를 설명한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쥐덫 발언은 박 대통령이 듣는 이의 이해를 돕기 위해 즉흥적으로 한 것이어서 보좌 시스템을 거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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