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신문과 뉴스를 보기가 겁이 날 지경으로 사회가 혼탁하다. 적당히 그렇게 느끼는 정도가 아니라 단정적으로 혼탁하다. 뉴스 보기가 겁이 나고 심지어 전화받기도 겁이 난다. 비정상이 정상이 돼버렸고 리얼한 사실들이 오히려 허구적 이야기보다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순수한 영혼의 찰나적 순간을 영원한 감동과 희열로 전환하는 예술의 세계도 이렇게 노도처럼 밀려오는 시류로부터 비켜나지 못했다. 오늘의 예술에는 영적인 것, 상징적인 것, 구원적인 것이 사라졌다. 대신 물질적인 것, 효율적인 것, 유희적인 것, 단편적인 것이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의 소용돌이 근저에는 더 깊고 돌이킬 수 없는 시대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으며 예술은 명백히 그러한 시대적 변화를 반영한다. 오늘날은 기술의 시대이고 예술 또한 첨단기술 시대의 최전방에 서 있다. 인공 지능이 그린 그림과 소설은 예술인가 아닌가. 작가를 보조하는 어시스턴트가 작업을 하고 작가가 사인한 그림은 누구의 작품인가. 원작보다 더 원작 같은 위작은 누구의 작품인가. 특히 기술 복제시대의 수만 장씩 복제된 작품들은 누구의 작품인가. 오늘날의 저작권법은 복제된 작품도 원 저작권자에게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이제는 인간의 생명마저도 복제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프랑스의 현대미술가 생 오를랑이라는 여성작가가 있다. 그는 ‘성형수술 퍼포먼스’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는데, 자신의 몸에 현대 의학기술을 도입해 그 정체성을 변형시켜 나가는 작업을 한다. 이러한 예술적 행위를 통해 과거의 낡은 규범에 도전하고 새로운 인류의 도래를 예고한다. 이제 ‘신체발부수지부모’의 엄격한 오라만 고집해서는 이 시대를 살아갈 수 없다. 예술도 예외가 아니며 복제시대에 걸맞게 방향을 잡아 나아가야 할 것이다. 세상은 변했다. 천재적인 예술가의 순수하고 위대한 영혼이 과연 가능한 시대인가. 최근 예술품 위작과 대작 논란으로 사회가 시끄럽다. 예술계에 오랜 시간 성실히 종사해온 사람들은 부끄럽고 영혼이 멍드는 느낌이다. 예술과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절실히 필요한 때가 바로 코앞에 닥쳤다.이수균 성곡미술관 학예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