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에 해외 직구족들의 구매 패턴도 대량구매에서 알뜰 실속구매로 바뀌고 있다. 운송비용 절감 등을 위해 미국 등 특정국가에서 한꺼번에 대량 구매하던 것에서 벗어나 각국의 환율 추이, 할인 혜택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필요할 때 필요한 품목만 실속 구매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10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해외 직구 물품 수입 규모는 815만 건에 7억 5,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보다 건수는 3.1% 늘었지만 금액 기준으로는 3% 감소했다. 최근 몇 년 동안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던 해외 직구는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관세청은 △환율의 영향 △국가별 비중 변화 △현명한 소비 패턴 등 3가지를 주요인으로 꼽았다.
우선 국가별로는 구매 비중이 미국(67%), 유럽(14%), 중국(7%), 일본(5%), 홍콩(3%) 순으로 미국이 여전히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보다 유럽(83만 건→ 110만 건)과 중국(39만 건→59만 건)의 구매 건수가 30% 이상 늘어난 반면 미국(590만 건→546만 건)과 홍콩(28만 건→26만 건)으로 6% 이상 감소했다.
이는 환율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이 미국과 홍콩은 각각 3.6%, 3.4% 올랐지만 유럽은 2.8% 오르는데 그쳤고 중국은 3.5% 하락했다. 배송비나 할인혜택 등 다른 조건이 동일 했다면 같은 가격의 물건을 구매할 때 유럽과 중국이 미국과 홍콩보다 저렴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국가별 비중을 보면 직구 시장의 대표국가인 미국의 비중은 해마다 줄고(2013년 75%→2016년 67%) 있는 반면 유럽(2013년 7%→2016년 14%)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국가별로 다양화되고 대량 구매에서 벗어나 필요한 만큼 소량 구매하는 것도 해외 직구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에는 미국에서 의류, 신발뿐만 아니라 기타 제품까지 같이 구매했다면 지금은 유럽(화장품, 커피), 일본(초콜릿, 피규어, 콘택트렌즈), 중국(전기 전자 소모품)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알뜰 해외 직구족들도 늘어나며 지난해는 1회 평균 2.3종류, 121달러를 지출했는데 올해는 1회 평균 2.0종류에 113달러로 줄었다. 관세청 관계자는 “유럽은 해외 직구 사이트와 배송대행 업체의 수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며 “30~50달러 이상을 구매하면 무료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 곳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품목별로는 건강식품(20%), 화장품(14%), 기타 식품(13%), 의류(12%), 신발(8%)이 대부분을 차지했고 가전제품(5%), 완구류(4%), 가방류(3%), 시계(1%), 서적류(0.8%)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품목이 전체의 약 82%를 차지했다.
다만 건강식품과 화장품은 227만 건에서 274만 건으로 21% 증가했지만 의류·신발·가방류는 244만 건에서 190만 건으로 22% 감소했다. 제품의 규격이 국내와 다르고 온라인 구매로 인한 환불 및 반품이 어려운 제품보다는 모델과 규격이 정형화된 제품으로 구매 경향이 바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