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동계는 시급 1만원(인상률 65.8%)을, 경영계는 6,030원(동결)을 각각 최초 요구안으로 내놓은 뒤 한치의 진전도 없다. 고용노동부 장관 고시일(8월5일) 20일 전에 합의해야 하는 일정상 이번 주중 결론을 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의견 차가 워낙 커 최저임금위원회 위원들의 퇴장이나 사퇴 등 파행도 우려된다.
10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마라톤 협상에서 근로자 위원들은 “심도 깊은 토론이 필요하다”며 수정안 제시를 거부했다. 일찌감치 수정안을 꺼내면 기대 만큼의 인상이 어렵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3차례의 수정안을 통해 노동계는 45.2%(8,100원), 경영계는 2.4%(5,715원)까지 이견을 좁힌 뒤 공익위원들이 6.5%(5,940원)~9.7%(6,120원)의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했다. 심의촉진구간은 더 이상 협상이 어렵다고 판단될 때 노사 양측의 요청을 받아 공익위원들이 인상률 상·하한을 내놓는 것을 말한다. 당시 근로자 위원들은 상한선이 두 자릿수 인상률에 미치지 못하자 집단 퇴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최저임금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공익위원들이나 근로자 위원들은 수정안에 대한 논의조차 못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처럼 간극이 큰 상태에서 과정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마지막에 한두 번 수정안을 내고 시간에 쫓겨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최저임금에 대한 진통이 심해진 건 지난해부터다. 노사의 최초 제시안 차이를 보면 기존에는 대부분 20%대였지만 노동계가 1만원을 들고 나온 지난해와 올해는 각각 79.2%와 65.8%에 이른다. 최종 제시안 인상률 격차도 한 자릿수 혹은 많아야 10%대였던 게 지난해에는 42.7%였다.
올해도 상황은 만만찮다. 지난해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발언해 노동계의 기대심리를 한층 높여놓았다. 게다가 국회의원들도 최저임금을 총선공약으로 내세우며 부채질했다. 이로 인해 근로자 위원들의 속내는 최소 두 자릿수 인상률이 마지노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판관’인 공익위원들도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위원직 사퇴’라는 근로자 위원들의 배수진에 밀려 중재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어서 책임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노사가 한 치 양보 없는 상황이라면 공익위원들이 먼저 적정 수준의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해 속도를 내는 방안도 가능하다.
최저임금은 박근혜 정부 들어 3년 연속 7~8%대의 높은 인상률을 보였다. 올해는 기업 구조조정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등 대내외 경기여건이 좋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인상률이 전년의 절반 수준(4~5%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하지만 무작정 최저임금을 높이면 영세상인이나 중소기업에 부담이 가중돼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면 숙박·음식점업 근로자 81% 가량이 최저임금 적용 대상자가 된다. 현재(32.3%) 최저임금 적용 대상자의 2.5배 수준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우광호 한경연 노동TF 부연구위원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저숙련 노동자를 숙련도가 높은 근로자로 대체할 가능성이 커져 노동 취약 계층의 일자리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산업·연령대별 노동시장 현황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황정원기자·강도원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