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한반도정세 어디로] 中, 자국 이익 반하면 수시로 무역보복…WTO 제소 피해 한국만 타깃 삼을수도

<사드 배치 결정…中 경제 제재 가능성은>

日에 희토류 수출금지, 比 바나나 검역 강화 등 사례

한국선 화장품 등 소비재 제재, 여행제한 가능성 커

정부, 맞대응보단 외교력 동원해 파장 확산 막아야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결정이 공식 발표된 지난 8일 중국 관영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사드와 관련된 한국 정부기관과 기업, 정치인을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우리 주식시장에서도 화장품·카지노·여행주 등 중국 관련 소비주들이 큰 폭으로 내렸다.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비관세 장벽 등 다양한 보복 조치가 나올 것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전문가들도 중국이 노골적이고 즉각적인 경제제재를 단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정치·군사 조치에 비해 부담이 덜한 압박 조치가 어떤 식으로든 강구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국은 지난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후에도 자국의 전략적 이익에 반할 경우 경제제재 조치에 나섰던 전례가 심심찮게 있었다. 2010년 일본이 댜오위다오(釣魚島·센카쿠열도) 근해에서 순시선과 충돌한 중국 어선 선장을 구속하자 휴대폰 등에 들어가는 핵심 원자재인 희토류 수출을 금지했던 조치가 대표적이다. 같은 해 노르웨이가 반체제 인사인 류샤오보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한 것을 빌미로 노르웨이 연어 수입을 끊었었고 2012년에는 필리핀과 남중국해 황옌다오(黃巖島·스카보러섬)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자 필리핀산 바나나 등 과일 검역을 강화하기도 했다.

우리를 상대한 제재로는 마늘 분쟁이 첫손에 꼽힌다. 우리 정부가 농가 보호를 위해 중국산 냉동 및 초산마늘의 관세율을 10배로 올리자마자 우리 휴대폰과 폴리에텔렌 수입을 일방적으로 금지시킨 게 바로 마늘 분쟁이다. 당시 우리 정부는 중국 반발에 굴복해 중국산 마늘에 대한 관세를 한 달 만에 원상 복귀하는 굴욕을 감수해야 했다. 물론 이 사건은 중국이 WTO에 이름을 올리기 전인 지난 2000년에 일어나 지금과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중국이 자국 이익 관철을 위해서는 언제든 경제 보복 카드를 빼 들어왔다는 점이다. 올해 말이면 WTO에 가입한 지 15년이 되고 전 세계 22개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중국의 현재 위상에만 주목해 안이하게 대응해서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제현정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무역 보복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다만 중국도 WTO 가입국으로서 우리와는 지난 연말 FTA도 발효돼 적절한 보복 수위를 고민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는 “WTO에 저촉할 만한 강력한 제재를 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겉으로 보면 모든 나라를 겨냥한 듯하지만 실제로는 한국에만 작용할 수 있는 그런 조치가 나올 개연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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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형환(오른쪽 두번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8일 중국 상하이에서 ‘중국 진출기업 간담회’를 주재하며 수출기업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산업부주형환(오른쪽 두번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8일 중국 상하이에서 ‘중국 진출기업 간담회’를 주재하며 수출기업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산업부


정부도 긴장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한중 FTA 발효 2년 차를 맞아 비관세 장벽 완화에 주력하던 차에 대형 악재가 터진 셈이라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그간 우리 수출을 이끌어왔던 조선·철강 등의 산업이 부진하면서 그 반대급부로 중국 소비재 시장을 집중 겨냥해왔기 때문에 속이 더 타는 상황이다. 자칫 중국이 무역 분쟁을 피하는 선에서 우리 제품에 대한 각종 검사 및 검역 절차만 강화해도 수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1,323만명 중 중국 관광객이 650만명(홍콩 포함)이나 된다는 점에서 중국이 여행 제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본부장은 “사드가 정치적 이슈라는 점에서 중국이 이를 경제 문제로 확산시킬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며 “중국도 우리와의 관계 악화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어 우리 정부가 차분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 연구위원은 “우리 수출의 25%가 대중국 수출인 만큼 양국 관계 악화는 곧장 우리 기업에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라며 “혹여 경제 보복 조치가 있어도 맞대응보다는 외교력을 총동원해 파장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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