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흑백 갈등’ 美 전역 뒤덮나

美경찰 무장강화, 강경대응

흑인들 항의 시위도 계속 격화

오바마 "美 분열은 없을 것"

수습 안간힘에도 긴장 고조

미국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경찰의 흑인 총격 사건에 분노한 시위대가 지난 8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캄푸스 마르티우스 광장에서 흑인에 대한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흑백 갈등을 수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흑인과 경찰 사이의 대립과 각지에서의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디트로이트=AP연합뉴스미국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경찰의 흑인 총격 사건에 분노한 시위대가 지난 8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캄푸스 마르티우스 광장에서 흑인에 대한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흑백 갈등을 수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흑인과 경찰 사이의 대립과 각지에서의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디트로이트=AP연합뉴스




미국에서 경찰의 연쇄 흑인 총격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7일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흑인이 경찰 5명을 조준 사살한 데 이어 유사한 총기 습격이 잇따르며 미 전역에서 ‘흑백 갈등’에 따른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경찰의 흑인 용의자에 대한 총격도 그치지 않아 이에 대한 항의 시위 역시 격렬하게 계속되고 있다. 유럽 순방 일정을 하루 단축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에 분열은 없다”며 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해묵은 인종 갈등 분출은 미국 사회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9일(현지시간)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은 댈러스에서 경찰 5명이 저격범의 총에 사망하고 7명이 부상한 가운데 경찰에 대한 보복 공격이 들끓고 있다고 보도했다. 테네시주 브리스톨에서는 7일 흑인인 래킴 스콧이 경찰과 주민을 향해 총기를 난사해 1명이 사망하고 경관 1명 포함 3명이 다쳤다. 희생자와 피해자는 모두 백인이었다. 주한미군으로 복무한 바 있는 스콧은 출동한 경찰 3명에게도 방아쇠를 당기다 대응 사격에 나선 경찰의 총에 맞아 병원으로 이송됐다.

미주리주의 세인트루이스 근방에서도 8일 한 30대 남성이 교통 검문을 위해 순찰차 바깥으로 나오던 경관에게 총격을 가했다. 피격 경관은 중상을 입고 치료 중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매복해 경찰을 습격한 용의자도 추격에 나선 다른 경관에게 총을 맞아 병원으로 옮겨졌다.


앞서 경찰관 5명의 목숨을 앗아간 댈러스 저격 사건 이후 미국 경찰이 무장과 방탄장비를 강화하고 범죄 용의자에 대한 대응을 엄격히 함에 따라 흑인 용의자에 대한 경찰의 강경 대응이 심화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실제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는 9일 새벽 경찰관 2명이 도로에서 총을 든 한 흑인 남성을 사살했다. 경찰관들이 도로 위의 남성에게 총을 내려놓을 것을 지시했지만 그가 총구를 들어 올리자 곧 총기를 발사해 이 남성은 현장에서 즉사했다. 여기에 댈러스 저격 당시 경찰이 건물 안에 숨어 저항하는 범인을 전쟁용 ‘폭탄 로봇’을 사용해 사살함에 따라 향후 ‘경찰의 군대화’에 대한 논란도 촉발할 것으로 미국 언론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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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7일 저녁 댈러스에서는 경찰의 총격으로 흑인이 사망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리던 중 한 흑인이 도심 빌딩에 매복해 경찰관을 조준 사격, 5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을 입었다. CNN은 이번 사건에 대해 “2001년 9·11테러 이후 단일 사건으로 미 경찰이 가장 많이 숨진 사건”이라고 전했다. 마이카 존슨(25)으로 확인된 용의자는 미국 육군에서 6년간 복무하며 아프가니스탄 파병까지 다녀온 군인 출신이었다.

그는 잇따른 흑인 피격사건 속에 이날 진행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를 계기로 범행을 결심, 경찰과 대치하다 사살 직전 “백인, 특히 백인 경찰을 죽이고 싶다”며 백인 경찰에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2014년 퍼거슨 사태와 지난해 찰스턴 총격 등에 이어 백인 경찰이 또 5~6일 루이지애나와 미네소타에서 잇따라 흑인에게 불명확한 이유로 총을 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고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흑인들을 중심으로 한 반발 시위도 지속되고 있다. 9일에는 경찰이 연막탄을 터뜨리며 시위대와 맞서기도 했다.

한편 유럽을 순방 중인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미국은 일각의 주장처럼 분열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찰스턴의 저격범이 백인을 대표하지 않듯 댈러스에서 공격을 자행한 미치광이가 흑인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순방 일정을 하루 당겨 10일 귀국한 후 5명의 경관이 피살된 댈러스를 방문해 경찰과 유족을 위로할 예정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도 댈러스 사태 후 유세 일정을 취소하고 희생자를 애도했다./손철기자 runiron@sedaily.com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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