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품질과 입소문만으로 과일주스 레드오션 뚫었다

글로벌 과일기업 꿈꾸는 쥬씨의 성공 비결



생과일 주스 전문 프랜차이즈는 2000년대 초중반 꽤나 인기를 큰 창업 아이템이었다. 그러나 이후 우후죽순 탄생한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에 밀려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생과일 주스 프랜차이즈의 화려한 부활을 알리고 있는 브랜드가 눈길을 끌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생과일 쥬스 프랜차이즈 ‘쥬씨(Juicy)’다. 길거리를 지나가다 쥬씨 특유의 주황색 간판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각광 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단숨에 대형 음료 프랜차이즈를 위협하는 브랜드로 성장한 쥬씨의 성공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쥬씨의 지난해 마케팅 비용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0원이예요. 본사 차원에서 마케팅 비용을 전혀 지출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지난해에만 400여 개의 신규 가맹점이 탄생했어요. 저희도 깜짝 놀랄만한 결과였습니다.” 지난 6월 서울 성수동 쥬씨 본사에서 만난 윤석제 쥬씨 대표의 말이다.


과일 주스 시장은 사실 최근까지만 해도 레드오션에 가까웠다. 지난 2000년대 초반에는 이른바 ‘웰빙(Well-being)’ 열풍을 타고 생과일을 재료로 한 디저트 시장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당시 생과일 열풍을 타고 등장했던 음료·주스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전국에 수백 개의 가맹점을 운영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열풍은 얼마 가지 못해 차갑게 식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과일 수급의 어려움, 그리고 이른바 ‘박리다매’ 전략의 실패가 주원인이었다. 그 후 자연스럽게 생과일 디저트 시장은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대형 유통사들의 손으로 넘어갔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생과일 음료 시장에서 승승장구 하고 있는 신생 프랜차이즈 기업 ‘쥬씨’의 성공은 매우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많이 판매해야 수익이 남는 과거 생과일 프랜차이즈 업계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갔다. 그럼에도 대형 생과일 전문 프랜차이즈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쥬씨의 한 관계자는 말한다. “핵심은 과일 유통 전략입니다. 저희는 국내산 과일의 경우 경매, 혹은 산지 직거래로 공급받고 있습니다. 수입산 과일의 경우엔 직접 현지에 부지를 매입, 과일을 직접 생산해 물량을 확보하고 있죠. 안정적인 과일 수급이 가능하다 보니 박리다매 전략을 사용해도 크게 부담을 받고 있지 않습니다.”




아모제푸드시스템과의 식자재 공급 협약식에 참석한 윤석제 쥬씨 대표(왼쪽).아모제푸드시스템과의 식자재 공급 협약식에 참석한 윤석제 쥬씨 대표(왼쪽).


쥬씨의 탄생은 지난 2010년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석제 대표는 지난 2010년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상권에 쥬씨라는 이름의 생과일 주스 가게를 처음 오픈했다. 그리고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이어갔다. 매일 새벽 가락시장에 가서 과일을 직접 사왔다. 윤 대표는 8평 남짓한 작은 규모의 점포를 아르바이트 직원 한 명만을 데리고 운영했다. 가게는 작았지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지갑이 얇은 학생들 사이에서 ‘저렴하면서도 용량이 큰 주스’, ‘시럽을 넣지 않고 생과일만 갈아주는 주스’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윤 대표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하루에 1,500~2,000잔 정도를 판매했습니다. 둘이서 하다 보니 하루 장사를 마치고 돌아오면 그대로 침대에 뻗기 일쑤였죠. 하지만 기분은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하루하루 과일 제품, 과일 시장에 대해 알아간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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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씨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가맹점을 열고 싶다는 문의가 쇄도했다. 하지만 윤 대표는 쏟아지는 제안을 과감히 거절했다. 좀 더 노하우를 쌓아 제대로 사업을 키워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조금씩 노하우가 생기자 윤 대표는 지난 2014년 경희대 직영점, 2015년 외대 직영점을 오픈하며 프랜차이즈 사업을 위한 행보에 나섰다. 그리고 두 직영점의 성공을 확인한 후 지난 2015년 5월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쥬씨의 성장세는 놀라울 정도로 가팔랐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지 불과 1년 여 만에 전국적으로 450여 개 가맹점을 보유한 중견 프랜차이즈 업체로 성장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 지난해 쥬씨가 사용한 마케팅 비용이 ‘0원’이라는 점이다. 마케팅 활동 없이 가맹점을 늘린다는 게 과연 가능하긴 한 걸까? 윤 대표는 이 같은 결과의 원동력으로 소통과 믿음, 그리고 본사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꼽았다. 윤 대표는 말한다. “쥬씨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자 이른바 카피 브랜드들의 공세가 이어졌습니다. 납득 가능한 수준의 비난을 넘어 심지어 음해를 하는 업체도 있었습니다. 쥬씨가 사용하는 과일이 B급 혹은 낙과라는 소문에서부터 가맹점주들이 민감해하는 원가율이 50%를 넘는다는 소문까지 음해성 말들이 무성했죠. 하지만 이 같은 소문에도 가맹점주들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주변 지인들에게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적극적으로 홍보를 해주셨죠. 그런 소문이 사실이 아니란 걸 알고 계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저희 입장에서도 이 같은 음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럴 필요도 없었고요. 사실이 아니었으니까요.”




쥬씨가 운영 중인 필리핀 다바오 지역의 바나나 농장 모습.쥬씨가 운영 중인 필리핀 다바오 지역의 바나나 농장 모습.


쥬씨 측은 현재 가맹점주 중 70여 명 정도가 두 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본사와 가맹점 간의 신뢰가 두텁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같은 상권 내에 쥬씨 매장 여러 곳을 내서 동일 브랜드 매장 간 경쟁을 심화시킨다는 말도 흘리고 있다. 이에 대해 쥬씨 측 관계자는 “가맹점 신청이 접수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주변 상권 침해 여부 파악”이라며 “점포개발 인력이 상시 회의를 통해 최적의 매장 위치를 선정해주다 보니 인근 상권에 쥬씨 매장 여러 곳이 있어도 피해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쥬씨의 또 다른 성공 요인은 바로 안정적인 과일 수급이다. 현재 쥬씨는 안정적인 과일 수급을 위해 자회사 쥬씨인터내셔널을 설립, 해외 과일수출 업체와 제휴를 맺고 미국과 페루에서 자몽, 오렌지, 포도 등을 직수입하고 있다. 가격 변동이 큰 수입산 과일의 경우, 직접 현지 토지를 매입해 과일을 생산·유통하고 있다. 윤 대표는 말한다. “생과일 주스 메뉴 중 가장 인기 있는 과일이 바로 딸기와 바나나입니다. 저희는 중국과 필리핀에 있는 대규모 농지와 공장을 통해 안정적으로 과일을 확보하고 있죠. 딸기의 경우 중국의 딸기공장과 계약을 맺어 사이즈가 일정한 딸기를 공급받고 있습니다. 가격 변동성이 큰 바나나의 경우에는 필리핀 다바오 지역에 10만 평 규모의 농지를 매입, 직접 바나나를 재배해 수급을 맞추고 있죠. 이를 기반으로 가격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2개월 1메뉴 론칭’이라는 방침 아래 아보카도, 믹스베리, 고구마, 그린망고 등 국내 생과일 시장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원료를 활용한 새로운 메뉴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쥬씨 관계자는 “다양한 신메뉴 개발과 유통역량을 높여 과일 전문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쥬씨의 목표”라며 “조만간 글로벌시장 진출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김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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