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IT회사도 로보어드바이저 참여...'한국판 웰스프런트' 키운다

금융업 면허없는 IT업체

테스트베드 허용...20개 각축..

고효율 금융서비스 유도

"RA 테스트베드 평가 기준

수익률보다 안정성이 중심돼야"



금융업 면허가 없는 정보기술(IT) 업체가 독자적으로 자산 관리를 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RA) 시장에 참여할 길이 열린다. 직접 개발한 RA 프로그램이나 알고리즘(문제 해결 절차·방법)이 테스트베드(시험대)의 검증을 통과하면 시중 금융사와 제휴를 맺거나 향후 투자자문·일임업 자격을 얻는 방식을 통해서다. IT 업체가 다양한 형태의 자산 관리 및 자문 알고리즘을 투자자에 선보일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다음달 초 금융권의 RA 시스템을 검증하는 테스트베드를 가동하기로 했다. 금융당국과 자본시장 관계기관이 참여한 RA 활성화 태스크포스(TF)는 기존 금융사와 자문(일임사 포함) 회사 외에도 기술력을 갖춘 IT 업체 등이 테스트베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데 의견을 모았다.

RA는 로봇을 의미하는 ‘로보(Robo)’와 조언자를 뜻하는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인 로보어드바이저의 약자다. 현재 RA 시스템이 직접 투자자에 자문하거나 자산을 운용하는 것은 금지돼 있으나 금융위는 지난달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 같은 규제를 풀어주기로 했다. 테스트베드에 3개월 이상 참여해 민간 심사위원회의 검증을 통과하고 물적 요건을 갖춘 업체는 이르면 오는 11월 말부터 투자자에 직접 조언하면서 자산을 굴리는 고차원의 RA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이 금융업 면허가 없는 IT 기업들도 RA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끔 허용한 것은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가 출시되도록 유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2008년 미국 벤처 단지인 실리콘밸리 팔로알토에서 시작해 3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굴리는 RA 업체로 성장한 웰스프런트를 본보기 삼아 자산관리 및 운용시장의 혁신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다. 은행·카드사의 혁신을 촉발한 ‘핀테크’에 이어 자본시장에서도 기술과 금융이 결합한 RA 등장은 IT·금융 융합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고객에게 투자 상품을 조언하는(자문업) 등록 기준은 자본금 5억원 이상이다. 고객 자산을 직접 굴리려면(일임업) 15억원의 자본금을 갖춰야 한다. RA 개발을 위해 만들어진 신생 IT 기업 입장에서는 다소 벅찬 조건이다. 현재 금융업 면허는 없지만 RA 시스템을 자체 개발했거나 준비 중인 핀테크 업체는 20곳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IT 업체들이 다음달 초부터 가동되는 테스트베드에 참여해 검증을 통과하면 RA 프로그램과 알고리즘을 써먹을 수 있는 최소 요건은 갖추게 된다. 은행이나 증권사와 손잡고 RA 프로그램·알고리즘을 제공하는 대신 RA 시스템 개발사는 수수료를 이익으로 얻게 되는 구조다. 김승종 쿼터백테크놀로지스 대표는 “기존 금융사는 인력과 점포, 자산운용 역량을 갖추고 있지만 RA 시스템을 만들어 가동한 경험이 없어 다양한 개발사와의 협력이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금융사와 알고리즘 개발업체 간의 협력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알고리즘 개발사가 고객 성향이나 투자 자산별로 특화된 시스템을 테스트베드에 선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입자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위험자산 비중을 낮추고 안전자산을 더 담는 자산배분펀드(TDF)를 취급하거나 RA와 최적 조합인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를 전문하는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또 11월부터 자문업 등록 자본금 기준이 1억원으로 낮아지는 만큼 신생 핀테크 회사들이 금융업 면허를 확보한 뒤 RA 사업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지민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