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시골생활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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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이라면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한 번쯤 전원생활을 꿈꿀 것이다. 치열한 경쟁시스템과 도시생활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단순하고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골생활을 탈출구로 여기기 때문이다. 실제 해마다 귀농·귀어(歸漁) 인구가 급증하고 있고 이를 제외하더라도 시골 지역으로 이동하는 귀촌 인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귀농인구가 1만2,000가구를 넘어섰으며 귀촌가구도 32만가구에 육박한다.


그러나 준비 안 된 전원생활은 또 다른 현실적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교육·의료 등 도시 생활이 주는 편리성을 포기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시골생활에 따른 외로움과 이주한 지역사회와의 불화 등 심리적 스트레스 상황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아내와 사실상 별거 상태로 남자 혼자 귀농하는 인구가 전체의 70%에 달하고 실제 농사 등의 준비 과정에서 이웃들과 마찰하면서 시골생활의 정착에 실패하는 사례들이 주변에 비일비재하다. 스트레스를 피해 시골로 갔으나 오히려 스트레스를 더 받는 결과로 나타나면서 역(逆)귀농도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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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최근 보고서도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19만7,000명의 지역사회건강조사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도시(2.86점)보다 비도시지역(2.90점) 사람들이 더 많은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뿐만 아니라 비만도와 질병 유병률도 시골이 더 높아서 지역 간 건강 불균형도 심각했다. 모두가 귀농·귀촌 가구 때문만은 아니지만 이래서야 자발적으로 시골생활을 찾아갈 이유가 있겠는가.

인구감소로 귀농·귀촌 인구유입에 사활을 걸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비상이 걸린 셈이다. 해마다 지자체 국감에서 지적돼온 귀농·귀촌인구 유지 관리를 위한 의료기관 유치와 지역공동체 활성화 프로그램 개발이 절실해 보인다. 팍팍한 일상의 현대인에게는 예전처럼 ‘귀거래사(歸去來辭)’마저 낭만적으로 즐기기는 어려운가 보다. /온종훈 논설위원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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