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매미

- 함민복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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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칠일 울려고

땅속에서 칠년을 견딘다고

더 이상 말하지 말자

매미의 땅속 삶을

사람 눈으로

어둡게만 보지 말자

고작 칠십년을 살려고

우리는

없던 우리를 얼마나 살아왔던가

환한 땅속이여

환한 없음이여

긴긴 없었음의 있음 앞에

있음이라는 이 작은 파편이여


빛나는 것들에겐 그보다 깊은 어둠의 날들이 있다. 푸른 새싹은 땅속에서, 꽃봉오리는 캄캄한 제 가슴에서, 눈부신 별도 낮의 하얀 어둠에서 꺼낸 것이다. 유명배우의 긴 무명시절은 그를 빛나게 하지만, 그것은 단지 과정이 아니라 자체로 온전한 삶의 일부이다. 매미의 우화와 득음은 화려하지만 긴긴 땅속 ‘없었음의 있음’ 앞에 ‘있음이라는 작은 파편’일 뿐이다. 망망대해에 떠 있는 배는 앞으로 가는지 뒤로 가는지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멈추지 않는 한 배는 가고 있는 것이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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