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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휴정PD의 Cinessay] 인생은 아름다워

최악의 비극 속에서도 가족을 지키는 한 남자의 이야기

<인생은 아름다워> 포스터<인생은 아름다워> 포스터


최근 국민을 99%와 1%로 나누며 신분제를 공고히 해야한다는 고위공무원의 발언이 있었습니다. 저 역시 결코 1%에 속할수없는 사람으로서 분노와 절망을 동시에 느꼈지만, 그 문제의 발언을 들으면서 떠오른 영화가 있습니다. <인생은 아름다워>(1997년작,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입니다. 이 영화야말로 1%의 오만과 범죄에 희생되는 99%의 비극을 그렸지만, 동시에 1%가 결코 가질 수 없는, 결코 나눠줄 수 없는 ‘행복’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행복은 얼마나 많이 갖고, 얼마나 큰 권력을 갖고 있는 것과도 상관없으며 잘나고 못난 것과도, 심지어 죽음을 앞둔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느낄 수 있는 ‘현재의 나의 마음과 태도’라는 것을 이 영화는 보여줍니다.


시골청년 귀도(로베르토 베니니)는 도시로 상경한 직후, 도라를 만나 첫눈에 반합니다. 귀도는 갖은 것도 없고 결코 미남이랄수없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무엇보다 유머가 뛰어납니다. 초등학교 선생님인 도라는 약혼자까지 있었지만, 귀도의 순수함과 진실됨에 반해 둘은 결혼까지 합니다. 두 사람은 아들 죠수아를 낳고 소소한 일상에 감사하며 행복하게 삽니다. 그러나 2차대전 막바지의 혼돈은 이 평범한 가정까지 흔들어버립니다. 유대인인 귀도가 갑자기 죠수아와 끌려가게 되자 이탈리아인인 도라는 남편을 따라가겠다며 수용소행을 자청합니다. 아무리 부부라지만, 수용소까지 따라갈 수 있는 아내가 몇이나 될까요. 이 상황 하나만으로도 귀도는 성공한 남자입니다. 이렇게 하루아침에 인생이 비극으로 추락한 귀도지만 아들 죠수아가 있기에 삶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목숨보다 더 귀한 아들이 두려움에 떠는 것을 귀도는 절대 보고싶지 않았기에 이 공포스런 상황이 게임이라며 즐겁고 유쾌한 상황을 만들어줍니다. 어린 죠수아는 1,000점을 얻으면 탱크를 선물받는다고 말한 아빠의 말을 철썩같이 믿으며 어려움을 잘 이겨냅니다. 몇 번의 위기상황속에서도 아들을 안심시키고 보호하기 위한 귀도의 눈물겨운 노력은 계속되고 마침내 독일군은 연합군에 밀리게되는 상황이 됩니다. 하지만 독일군은 최후의 발악으로 수용소에 있는 유대인을 모두 죽이려 하고 귀도는 아들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킵니다. 혼란의 수용소에서 아내를 찾으려던 귀도는 독일군에게 붙잡히지만 죠수아가 보고있는 것을 알기에 이 상황마저도 코믹하게 연출합니다. 그런 아빠를 지켜보며 웃는 죠수아. 귀도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들을 먼저 생각한겁니다. 드디어 연합군이 수용소를 점령하고 죠수아는 아빠가 약속했던 탱크에 올라타봅니다. 그리고 그토록 그리워했던 엄마도 만나지만 아빠는 죠수아 곁으로 돌아올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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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짙게 드리워진 수용소에서 <인생은 아름다워>라니 이게 무슨 말입니까. 하지만 우리는 귀도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를 보면서, 마침내 아내와 아들이 수용소를 탈출하는 장면을 보며 이 제목이 매우 잘 지어졌음을 알게됩니다.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되는 대부분의 우리, 우리 부모님, 우리 이웃들은 이렇게 살아왔습니다. 남들 보기엔 하찮고, 육체적으로는 너무나 고되고 인간적으로는 비굴한 경우를 당해도 남의 것 빼앗지 않고 정직하게 일하며 가족을 지켜왔습니다. 무시당해서 발끈하는 건 아닙니다. 착하고 성실한 이 시대의 귀도들에게 당신의 인생은 충분히 아름답다고 말해주고 싶을뿐입니다.

KBS1라디오 <함께하는 저녁길 정은아입니다> 연출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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