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남중국해 판결로 韓외교 또다시 시험대에

사드 이어 美中 사이 선택 강요받을 상황

'평화적 분쟁 해결' 등 기존 입장 유지할 가능성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에 이어 남중국해 문제가 우리 외교의 또 다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12일(현지시간) 필리핀과 중국간 남중국해 분쟁에 대한 국제 중재재판 판결에 따라 우리 정부가 미국과 중국의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외교부는 그동안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중요한 해상 교통로인 해당 수역에서의 평화와 안정, 항행과 상공비행의 자유는 우리의 이해관계가 큰 사안이며, 분쟁은 관련 합의와 공약, 국제적으로 확립된 행동규범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에 따라 ▲남중국해당사국 행동선언(DOC)의 완전하고 효과적인 이행 ▲비군사화 공약 준수 ▲남중국해 행동규칙(COC)의 조속한 체결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과 아세안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악화를 막기 위해 2002년 DOC를 채택했지만, 구속력 있는 이행 방안을 담은 COC 제정에는 합의하지 못한 상태다.


우리 정부의 이 같은 기조는 동맹관계인 미국 측의 입장을 반영하면서도, 한중관계를 고려해 중국을 명확히 적시하거나 자극하지 않는 고육지책으로 해석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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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중재판결 이후 우리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더욱 분명한 입장 표명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 3일 “미국이 중재재판 판결이 나오기 전에 ‘관계국은 판결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라고 한국에 비공식 요청을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에게 (내가) 유일하게 요청한 것은 우리는 중국이 국제규범과 법을 준수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라며 “만약 중국이 그런 면에서 실패한다면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운신의 폭은 좁아 보인다. 지난 8일 사드 배치 결정으로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한중관계에 적신호가 들어온 가운데, 우리 정부가 미국의 편에서 더욱 적극적인 입장 표명을 할 경우 한중관계는 더욱 악화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일련의 사정을 설명해 미국측의 양해를 구하고 남중국해와 관련한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데 그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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