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단독]"인도대금 일부 선지급 해달라" 정성립 급거 유럽행

소난골 프로젝트 무산 대비 유동성 확보 차원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소난골 프로젝트’ 인도 지연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하자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발주처를 상대로 주요 프로젝트 인도 대금 중 일부라도 선지급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유럽으로 떠났다. 앙골라 국영석유회사인 소난골이 발주한 1조원대의 해양플랜트 인도 무산이 현실화할 경우에 대비해 ‘급전’ 마련에 나선 것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소난골 프로젝트에 대한 보증 검토에 착수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상황에서도 인도가 취소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본지 6월22일자 13면 참조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정 사장은 이날 유럽 지역 주요 선사 경영진을 직접 만나기 위해 출장길에 올랐다. 정 사장은 주말까지 그리스 등 유럽 현지에 머무르며 대우조선해양에 일감을 맡긴 발주처 관계자들을 만날 계획이다. 정 사장은 발주처를 만나 프로젝트 최종 인도 시점에 받을 대금 일부를 미리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설득할 계획이다. 잔금 일부를 앞당겨 받겠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의 한 고위관계자는 “인도 때 받을 대금이 60% 정도인 선사들을 대상으로 20% 정도만이라도 먼저 지급해줄 수 있겠냐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정 사장이 면담을 요청한 선사들은 과거 대우조선해양과 ‘헤비테일(선박을 인도하는 시점에 대금의 50% 이상을 받는 계약)’ 방식으로 수주 계약을 맺은 발주처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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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은 현재 드릴십,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와 같은 해양플랜트를 총 15건 수주해놓은 상태다. 이 가운데 유럽 발주처는 노르웨이 국영석유회사인 스탯오일과 덴마크 머스크드릴링 정도다. 스탯오일은 오는 2017년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고정식 원유생산설비 2기를 인도받을 예정이고 머스크드릴링은 원유 시추용 해양플랜트 설비인 잭업리그 1기를 오는 10월 건네받을 예정이다.

이 중 특히 머스크드릴링은 대우조선해양과 수주 계약을 헤비테일 방식으로 맺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업계에서는 정 사장이 이번 출장에서 머스크드릴링을 상대로 대금 일부 선지급을 요청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해양플랜트 외에 99척의 상선과 19척의 특수선 수주잔량도 확보하고 있어 그리스 아테네에 본사를 둔 안젤리쿠시스 등 상선 발주처를 대상으로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안젤리쿠시스는 대우조선해양이 어려울 때 우군이 됐던 대표적인 그리스 선사”라면서 “이번에도 대우조선해양이 오랜 기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온 안젤리쿠시스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우조선해양이 인도 대금 일부를 미리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은 소난골 프로젝트 인도가 완전히 무산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 소난골로부터 1조4,000억원 규모의 해양플랜트 2척을 수주했고 올해 6월과 7월 말 각각 인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소난골에 보증을 제공하기로 한 노르웨이 수출보증공사(GIEK)가 보증 업무에서 손을 떼기로 하면서 인도에 차질이 생겼다. 대우조선해양은 전체 수주액 가운데 무려 1조원가량을 인도 시점에 받는 ‘악성 헤비테일’ 방식으로 소난골 프로젝트 계약을 따내 인도가 취소될 경우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다.

이에 정 사장은 최근 임직원을 대상으로 자칫 소난골 프로젝트 인도가 무산될 경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행도 배제할 수 없다며 총력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정 사장은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당장 유동성 우려를 잠재울 수 있는 ‘1조원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9월 4,0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 만기 도래를 앞두고 있어 6~7월 인도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CP 상환에 빨간불이 켜진다.

다행히 노르웨이 수출보증공사의 보증 공백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이 메우는 방안을 검토함에 따라 인도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CP 만기 전까지 속전속결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수 있어 대비책으로 인도 대금 선지급을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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