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무중력 약국

장기 우주탐사에서 우주비행사의 건강을 지킬 방법



수년전 가족과 함께 미국 LA의 캘리포니아 과학센터를 찾았던 서던 캘리포니아대학의 약학·약리학자 클레이 왕 교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우주탐사에서는 지구에서 멀어질수록 뭔가 잘못될 확률도 높아진다. 시스템이 오류를 일으킬 수도, 기계장치가 고장 날 수도 있다.

이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화성 유인탐사만 해도 임무기간이 1~3년이나 되는데, 약이 떨어진 상황에서 몸이 아프다면 어떻게 될까. “모든 약품에는 유효기한이 있어요. 우주선에선 우주방사능과 진동 때문에 기한이 더 짧아지죠. 결국 화성탐사 대원들은 충분한 약을 싣고 가는 것 이상의 혁신적 방법이 필요합니다.”

왕 교수가 생각한 최적의 해법은 우주선 내에서 약을 직접 제조하는 것이다. 이는 과거 이론상 고려됐던 방안이지만 그 타당성을 우주에서 실제로 실험한 적은 없었다. 이에 대학 내에 천연물 의약품 연구실을 운용 중이던 왕 교수는 작년 4월 사상성 진균인 아스페르길루스 니둘란스(Aspergillus nidulans)의 표본을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보내 이 균이 화성 탐사 기간 동안 생존할 수 있는지의 실험에 돌입했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연구팀은 현재 우주라는 무중력 공간이 주는 스트레스가 지금껏 보고되지 않은 유전 변이를 일으키는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혹여 이런 유전자 변이에 의해 이 균이 우주비행사나 인류에게 필요한 신약 원료물질을 만들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ISS로 보낸 아스페르길루스 니둘란스는 대다수 기계의 전원이 꺼져 있는 공장과도 같습니다. 우주에서 이 기계들의 전원이 처음으로 켜질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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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과학계가 우주환경이 진균에 미치는 영향을 더 정확히 이해하게 되면 우주비행사들이 화성 탐사선 안에서 직접 필요한 약을 제조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우주선에 유용성이 확인된 진균의 포자를 실어 발사하면 됩니다. 예컨대 탐사 도중 페니실린이 소진됐다면 지구에서 진균이 페니실린을 생산하도록 하는 DNA 서열을 보내주고, 우주선 내의 DNA 합성기가 이 서열 대로 진균의 세포를 합성해 대량 번식시켜 페니실린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기술이 현실화되려면 앞으로도 오랜 기간의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그리고 왕 교수는 자신의 연구가 그 씨앗이 되기를 희망한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by SARAH FEC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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