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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전지, 車보다 우주탐사에 먼저 쓰였다

1970년대 아폴로 우주선에 탑재

비행사 식수 얻는데 활용하기도

미국의 달탐사 우주선 아폴로호에 탑재됐던 연료전지(왼쪽)의 모습. 이를 기반으로 한 연료전지(오른쪽)가 이후 미국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실리고 있다. /사진제공=NASA미국의 달탐사 우주선 아폴로호에 탑재됐던 연료전지(왼쪽)의 모습. 이를 기반으로 한 연료전지(오른쪽)가 이후 미국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실리고 있다. /사진제공=NASA


재충전이 가능한 축전지인 이차전지는 이미 19세기부터 자동차에 응용됐지만 수소 등을 이용한 연료전지(fuel cell)는 이와는 다른 길을 걸었다. 이차전지가 차량에 탑재돼 땅을 달릴 동안 연료전지는 우주선에 먼저 탑재돼 지구 밖으로 날아가는 데 쓰인 것이다.


연료전지의 시초는 1839~1842년 영국인 물리학자 윌리엄 로버트 그로브가 시연하고 개발하면서 등장했다. 당시에는 연료전지라는 개념이 없던 상태여서 그는 자신의 발명품을 ‘가스 볼타 식 전지’라고 이름 지었다. 그의 발명은 간단한 질문에서 시작됐다. 물(H2O) 분자를 전기분해하면 수소(H2)와 산소(O)로 나뉘는데 거꾸로 수소와 산소를 결합시킨다면 전기가 발생하지 않겠느냐는 아이디어였다. 이처럼 전기분해를 역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른바 ‘역전처리’라고 부른다. 그는 이를 위해 백금 전극이 설치된 용기를 거꾸로 세워서 한쪽 용기에는 산소를, 다른 쪽 용기에는 수소가스를 담은 뒤 이들 용기를 묽은 황산용액(일종의 전해질)에 담가두는 방식을 이용했다. 이를 이용하면 수소 이온이 전해질을 타고 이동해 산소와 결합해 물이 되는 과정에서 실제로 전압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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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전지라는 용어는 약 50년 후인 1889년에야 등장했다. 화학자인 루드비히 몬트와 찰스 랑거가 공기와 공업용 석탄가스를 이용해 ‘가스 배터리’를 최초로 실용화하면서 붙여진 명칭이다. 이후 연료전지 발전은 장기간 정체돼 있다가 1930년대 도약의 전기가 마련된다. 케임브리지대학의 프란시스 베이컨 교수가 몬트-랑거의 배터리 연구를 재조명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예를 들어 전극으로 니켈을 쓴다든지 황산 대신 가성소다(수산화칼륨)를 전해질로 사용하는 등의 방식이다. 이렇게 탄생한 ‘베이컨 전지’는 1932년 등장해 알카라인전지의 선구자가 됐다.

베이컨이 개척한 알카라인 전지기술은 미국우주항공국이 1970년대 아폴로 우주선으로 지구궤도를 비행하려 할 때 사용됐다. 당시 우주선에 충분한 전력을 공급할 에너지원이 필요했는데 일반 배터리들은 지나치게 무겁고 우주공간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불확실했다. 태양광발전도 당시에 충분한 전력을 내기에는 너무 초보 단계였다. 그래서 알카라인 전지기술이 대안으로 선택된 것이다. 당시 알카라인 전지 분야의 특허기술을 가진 항공 분야 제조업체 프랫앤휘트니가 뛰어들었는데 이 전지 역시 산소와 수소를 기본 재료로 사용했으며 현재까지도 우주선 전력공급의 표준전지 기술로 활용되고 있다. 더구나 산소와 수소가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결합하는 과정에서 물이 생산되므로 이는 우주비행사들이 우주공간에서 식수를 얻는 데도 활용됐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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