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남중국해 갈등 2라운드] 日, 이해타산 분주…베트남 "판결 환영" 속 몸사리기

아세안, 이해관계 엇갈리며 공동성명 발표 무산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결을 계기로 미국과 중국의 대립구도가 뚜렷해진 가운데 저마다의 이해타산에 따른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일본 등 주변국들의 행보도 분주해졌다. 당사국인 필리핀 등이 주도했던 PCA 판결에 대한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의 공동성명 발표는 엇갈린 회원국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무산됐으며 일본은 이번 판결이 자국의 영유권 주장에 미칠 영향을 저울질하기 위해 판결문에 대한 세부 검토작업에 돌입했다.

아사히신문은 아세안이 지난 12일 PCA 판결에 대한 공동성명 발표를 유보하기로 했다고 13일 보도했다. 영유권 분쟁 당사국인 필리핀과 베트남 외에 인도네시아·싱가포르 등은 중재 판결을 한목소리로 지지하는 성명 발표를 추진해왔지만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노리는 일부 국가들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것이다.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경제지원을 받는 캄보디아는 지난달부터 공개적으로 “판결 지지 성명에 반대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해왔으며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이면서도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노리는 브루나이 역시 성명 초안 작성 단계부터 반발해왔다.

반면 인도네시아령 나투타제도에 출몰해 불법조업을 벌이는 중국 어선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지금까지 유지했던 중립 입장을 바꿔 “국제법을 존중할 것을 관련국에 촉구한다”며 중국의 판결내용 이행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밖에 태국과 미얀마 등은 ‘아세안 내 다수파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필리핀과 베트남 등 분쟁 당사국들도 중국이 강경 태세를 보이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베트남 외교부는 12일 “판결을 환영한다”며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파라셀 및 스프래틀리 군도 일부에 대한 베트남 주권을 재차 천명하면서도 중국에 판결 수용을 촉구하지는 않았다. 베트남 주요 언론들도 판결 내용의 사실관계를 보도했을 뿐 이번 판결이 베트남과 중국의 분쟁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관련기사



그런가 하면 최근 노골적인 중국 견제에 나서고 있는 인도는 외교부 성명을 통해 “모두가 국제해양법 협약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며 대중 압박에 나섰다. 반면 인도의 적대국이자 우호적 대중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파키스탄이 “(판결을 부정하는) 중국의 성명을 존중한다”며 강한 어조로 중국을 지지하고 나섰다.

한편 일본은 PCA 판결이 자국의 영유권 분쟁에 호재인 동시에 악재가 될 수도 있는 난감한 입장이다. 이번 판결에 근거해 일본이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설정한 거점인 산호초지대 ‘오키노토리시마’가 섬이 아닌 바위라는 주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스프래틀리 군도가 섬이 아니므로 중국이 주장하는 EEZ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번 판결이 장차 일본의 EEZ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향후 타국이 중재재판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어 심각하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전했다. 일본 정부는 장차 있을 수 있는 중국 등의 제소에 대응 논리를 개발하기 위해 PCA의 판결문을 상세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경립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