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복수노조 및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도입된 지 만 5년째다.
하지만 아직도 복수노조 사업장에서는 단체교섭 방식을 둘러싸고 형사 고소, 민사소송 등 법적 분쟁이 빈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다수 노조와의 개별교섭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용자의 중립유지의무를 둘러싼 분쟁이 대표적인데, 이에 대한 노동위원회·검찰·법원의 해석이 서로 달라 산업현장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현행 노조법은 하나의 사업장에 복수노조가 병존하는 경우에는 합리적 단체교섭을 위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규정함과 동시에 교섭절차에 참여한 모든 노조에 대해 차별을 하지 않도록 교섭대표노조 및 사용자에게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한편 노조법은 노조가 스스로 교섭창구 단일화를 원하지 않는 경우 노조가 각각 단체교섭을 진행할 수 있는 소위 ‘개별교섭’도 허용하고 있다. 다만 개별교섭의 경우에는 복수의 노조가 대표노조를 통한 획일적 교섭보다는 각 노조가 자기 주도적 자율교섭을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노조에 따라 교섭방식이나 전략이 다양할 수 있다. 사용자 또한 단체교섭시에 다수노조, 협조적인 노조와 그렇지 못한 노조와의 사이에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전략이 노동3권을 침해할 정도에는 이르지 않더라도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 노조에 대해 불리한 교섭을 강요하는 경우에 이를 어떻게 시정할 것인가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를 규제할 입법이 없다. 이에 비해 개별교섭을 원칙으로 하는 일본의 경우에는 일찌감치 ‘사용자의 중립유지의무’라는 판례법리가 실무상 정착돼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적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노동위원회와 법원에서 일본의 판례법리인 ‘사용자의 중립유지의무’를 원용해 차별적 교섭행위를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두 가지 오류가 있다.
첫째,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사용자는 합리적인 단체교섭을 수행하기 위해 차별화 전략을 취할 수가 있는데 이러한 행위가 모두 부당노동행위(지배개입)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가 다른 노조와는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면서도, 특정 노조에 대해서는 운동노선이나 이념상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요구하거나 합리적 이유 없이 교섭을 거부하는 경우에 중립유지의무 위반으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그렇지 않고 복수의 노조에 대해 같은 조건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노조만이 이를 수용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임금 및 일시금 등에서 차별이 생기더라도 이를 중립유지의무 위반으로는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이는 자율교섭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최고재판소의 입장이기도 하다.
둘째, 단체교섭 과정에서 사용자가 취한 차별화 전략이 설사 중립유지의무에 위반된다 해도 이를 바로 부당노동행위(지배개입)로 간주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일본과는 달리 부당노동행위에 형벌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용자의 행위가 중립유지의무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 하더라도, 노동3권을 침해하는 등의 매우 악의적인 경우에 국한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매우 제한적이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현행 노조법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와 함께 개별교섭을 인정하는 것은 노조의 자율교섭을 존중하려는 취지에서다. 따라서 복수노조가 병존하는 경우, 노조뿐만 아니라 사용자도 상대 노조의 규모 등을 고려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용자의 행위를 중립유지의무 위반으로 부당노동행위(지배개입)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것은 자율교섭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다. 더구나 단순한 중립유지의무 위반에 대해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도 반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조 간 차별행위를 부당노동행위의 한 유형으로 추가해 금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정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