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구글의 차세대 생태계: 가상 현실

구글의 신임 VR 총괄 임원 클레이 배버.구글의 신임 VR 총괄 임원 클레이 배버.


2014년 구글이 가상현실(VR) 사업을 진지하게 검토하기로 결정했을 때, 그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직원들을 확신시키는 것이었다. 당시 회사는 구글 카드보드 Google Cardboard 를 출시하며 가상현실 기술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다. 플라스틱과 두꺼운 종이로 만든 구글 카드보드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탑재 스마트폰으로, 가상현실 체험을 가능하게 만든 임시 헤드셋이었다. 500만개가 판매될 정도로 초기 반응이 꽤 좋았다. 그 때문에 가상현실에 대한 회사의 야심도 빠르게 커져갔다. 곧 구글은 VR이 실험 단계를 뛰어넘어 대규모 투자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직원들에게 설득해야 했다.

이를 위해 신임 VR 총괄임원 클레이 배버 Clay Bavor는 캘리포니아 마운틴 뷰 Mountain View에 위치한 구글 본사 회의실을 스피커, 방음장치, 그리고 헤드셋으로 구성된 가상현실 공간으로 바꿔 놓았다. 직원들은 하프-라이프 게임 시리즈로 유명한 게임 전문 개발사 밸브Valve의 장치를 이용해 태평양을 탐험하거나, 콘서트 현장에 있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배버는 “반신반의하며 방에 들어간 직원들이 나올 땐 확신을 품고 있었다. 회사의 강력한 전환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회사 외부 상황은 어땠을까? 사실 VR시장은 이제 막 싹을 틔운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시장조사 기업 트렌드포스 Trend Force는 VR 시장 규모가 올해 67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게다가 하드웨어 매출이 그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글이 카드보드를 출시한 지 2년이 지난 지금, 라이벌 기업들도 헤드셋을 출시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소유한 오큘러스VR은 오랜 기간 공들여온 리프트 Rift를 출시했다. 이 장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프로그램, 그리고 엑스박스 Xbox와도 호환된다. 삼성 역시 오큘러스와의 제휴를 통해 안드로이드 기반 갤럭시 시리즈에서 구동되는 기어VR Gear VR 을 선보였다. HTC는 밸브 소프트웨어로 작동하는 바이브 Vive를 내놓았다. 소니는 이미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 콘솔인 플레이스테이션용 VR 시스템을 발표했다.

트렌드포스는 VR시장이 결국 한 단계 도약을 통해 2020년까지 700억 달러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매출 대부분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서 창출될 전망이다. 구글은 이 부문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길 기대하고 있다.




구글이 제안한 데이드림용 헤드셋 및 조종장치 디자인. 데이드림은 구글의 새 가상현실 플랫폼이다.구글이 제안한 데이드림용 헤드셋 및 조종장치 디자인. 데이드림은 구글의 새 가상현실 플랫폼이다.


구글 본사에서 VR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유리벽 회의실에 앉아, 배버는 그의 계획이 본사 직원들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와 스마트폰 제조업체에게도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바로 현재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얼리어답터들을 넘어, 대중들도 VR 기술을 사용하게 만들 주체들이기 때문이다. 그는 “경쟁 운영체계인 오큘러스, 밸브, 소니보다 안드로이드를 활용하는 것이 시간 대비 수익성이 가장 높다는 점을 주요 개발업체들에게 설득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배버는 지난5월 구글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행사 구글I/O회의에서 데이드림 Daydream 을 공개했다. 데이드림은 새 안드로이드 버전에서 사용될 가상현실 플랫폼이다. 그는 또 새 헤드셋 및 데이드림용 장치를 개발하기 위해 파트너들과 협력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카드보드와는 달리, 데이드림의 목표는 생태계 조성이다. 배버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헤드셋, 조종장치 및 경험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게 요지”라고 말했다. VR에 개별적으로 접근하는 일부 경쟁업체들을 겨냥한 발언이다.

회사는 안드로이드에서부터 이에 대한 노력을 시작했다. 구글은 최신 VR기술에 필요한 추가센서, 그래픽, 우선 요소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운영체계를 재구축했다. 또 휴대폰 기능들이 VR경험과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통합을 하고 있다. 예컨대 헤드셋을 착용하고서도 VR을 통해 문자메시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구글이 개편한 VR하드웨어 분야까지 확장됐다. 안드로이드 엔지니어링 총괄 부사장 데이비드 버크 David Burke는 마운틴 뷰에 위치한 배버의 임시 실험실을 처음 방문했던 때를 떠올렸다. 당시 배버의 팀은 100개에 달하는 헤드셋 및 조종장치 시제품을 만들기 위해 마이크로 칩, 천, 플라스틱, 센서들로 이것저것을 실험하고 있었다. 버크는 “여기저기에 와이어 선과 컴퓨터들이 널려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렇게 결과물을 개발하기까지 일년 반이 걸렸다(카드보드는 몇 주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사용자가 머리에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천 재질의 매끈한 헤드셋이 탄생됐다. 사용자는 본인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VR 콘텐츠를 이용한다. 배버는 “‘장치’라기 보단 오히려 액세서리에 가깝다” 며 스키 마스크처럼 생긴 오큘러스 리프트의 디자인을 꼬집듯 말했다. 새 조종장치는 작은 마술봉 모양으로 생겼다. 배버는 VR 낚시 게임에서 낚싯줄을 던지며 처음으로 이 조종기를 테스트했다.

하드웨어 부문에서 구글은 늦은 감이 다소 있다. 그럼에도 배버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구글은 VR용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를 개발함으로써(협력사들에게는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개발을 허용한다), 세계 최고의 모바일 운영체계인 안드로이드에서 썼던 전략을 다시 구사하고 있다.

버크는 “과거 우리는 안드로이드 개발업체들을 위한 시장을 조성했다. VR 부문에서도 같은 생태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검색 대기업 구글의 전략은, ‘라이벌인 애플이나 아마존처럼 대규모 소비자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개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긋지긋한 비판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구글이 초기에 시도했던 웨어러블 기기 구글 글라스는 실패작이었다. 2014년 구글이 인수한 스마트 가정기기 제조업체 네스트 Nest도 매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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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리서치기업 모네스 크레스피 하트 앤드 컴퍼니 Monness Crespi Hardt & Co의 애널리스트 제임스 칵막 James Cakmak도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소유하고 있지만, 하드웨어 부문에선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둔 적이 없다” 고 지적했다.

배버는 구글이 구글 글라스 실패에서 배운 교훈을 VR사업에 적용했다고 말한다. 우선 데이드림용 시스템은 구글 글라스의 1,500 달러나 오큘러스 리프트의 600달러보단 저렴할 전망이다. 배버가 구글의 새 헤드셋 및 조종장치 가격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많이 비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프트웨어는 개발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배버는 “우리는 사람들이 사용하기 편리하고 이미 갖고 있는, 매우 친숙한 것을 개발하고 있다”며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계속 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기들은 구글 외에도 여러 제조업체가 생산할 것”이라며 “사용자들이 기기를 추가로 구입하면, 휴대폰이 ’가방 속 영화관‘으로 변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우리는 안드로이드 개발업체들을 위한 시장을 조성했다. VR 부문에서도 같은 생태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 - 데이비드 버크/안드로이드 부사장“과거 우리는 안드로이드 개발업체들을 위한 시장을 조성했다. VR 부문에서도 같은 생태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 - 데이비드 버크/안드로이드 부사장


가상현실이 쓸데없이 막대한 비용만 쏟아 부은 실험으로 끝나는 일을 피할 수 있을까? 배버는 안드로이드 사업모델을 차용, 콘텐츠를 플레이스토어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그는 앱 구매가 추가 수입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버가 광고에 대해선 언급하진 않았지만, 광고는 구글이 수십 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분야임에 틀림없다.

시장조사기업 가트너 Gartner의 애널리스트 브라이언 블라우 Brian Blau는 구글의 가능성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다. 그는 “구글은 사업 환경 조성의 달인이고, 그 어떤 다른 경쟁자들보다도 효과적”이라며 “VR 플랫폼 조성에 뛰어드는 기업들은 결국 패배를 맛볼 것”이라고 말했다

애널리스트인 칵막 역시 이에 동의한다. 그는 “소비자들을 사로잡는 가상현실 속 광고를 게재한다는 점에서 구글은 잠재력이 크다. 구글의 핵심은 광고 기업이라는 점이다. 구글은 VR을 통해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광고 기회를 잡는 능력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배버는 큰 그림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VR이 콘서트 군중 속에 있는 것과 똑같은 현실감을 제공한다곤 할 수 없다. 그러나 TV로 시청하는 것보단 훨씬 현실적이다. 브로드웨이 쇼의 같은 좌석을 1,000만번이나 판매할 수도 있다. 누구나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해밀턴 Hamilton’을 보고 싶어 하지만, 직접 볼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VR은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유니콘 기업의 ‘부러진 뿔’
10억 달러 이상 가치가 있는 유망 스타트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테라노스
월스트리트 저널이 이 혈액진단 기업의 기술에 의문을 제기한 후, 90억 달러 가치를 평가 받았던 테라노스가 규제당국으로부터 전방위적인 감시를 받고 있다. 최고운영책임자(COO) 서니 밸워니 Sunny Balwani가 5월 사임을 하기도 했다.

제네피트
45억 달러 가치의 인사시스템 소프트웨어 업체 제네피트는 CEO 파커 콘래드 Parker Conrad가 돌연 사임하기 전까진 성공가도를 달렸다. 피고용인들이 캘리포니아 건강보험 허가 요건을 회피할 수 있도록 도운 시스템 덕분이었다.






어니스트
여배우 제시카 알바 Jessica Alba가 공동 설립한 이 친환경 건강용품 판매 기업은 17억 달러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제품이 정체 불명의 화학약품을 포함하고 있다는 혐의를 받고 소송에 휘말려 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Leena Rao

By Leena R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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