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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한국의 차마고도 십이령길, 보부상 밥상

‘한국인의 밥상’ 한국의 차마고도 십이령길, 보부상 밥상‘한국인의 밥상’ 한국의 차마고도 십이령길, 보부상 밥상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차마고도 십이령길을 따라 보부상 밥상을 소개했다.


14일 방송된 KBS 1TV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한국의 차마고도, 아슬아슬 절벽 길을 소도 걸었다는 곳을 찾아간다. 울진에서 봉화까지 백두대간을 가로지르는 한국의 차마고도 십이령길.

지금은 아름다운 산과 계곡을 벗 삼아 걸을 수 있는 트레킹 길이기도 하지만, 과거 그 길은 첩첩산중 열두 고개를 오가던 보부상들의 땀내와 소금 내에 곰삭은 곳이었다. 그들의 두 발이 거쳐 간 봉화 산골에서는 생선 비린내가 풍겼고, 산골 밥상에는 보부상들의 흔적이 남았다. 굽이진 열두 고개 위, 그들이 쓴 밥상의 역사를 찾아간다.

▲한국의 차마고도! 아슬아슬 절벽 길을 소도 걸었다?!

울진에서 봉화로 들어가는 첫 동네 자마리. 그곳엔 아슬아슬한 절벽 길이 있다. 사람 하나 지나가기 어려운 그 길을 과거엔 소 장수며 무거운 등짐을 진 보부상들이 소까지 데리고 걸었단다.

보부상들이 다니지 않았다면 생선은 구경도 못 했을 거라는 산골 마을에서는 냉장고가 없던 시절, 귀한 고등어를 보관하기 위해 소금단지에 고등어를 넣고 단지를 땅에 묻어 보관했다. 제삿날이 되면 단지 속 소금에 절인 고등어를 꺼내 잘게 썰어 고등어 산적을 만들었다다고 한다. 생선과 잡곡을 바꿔 먹었다던 이 마을의 복날 음식은 고기가 아닌 밀가루다. 밀가루 반죽을 얇게 펴 붉은 콩으로 만든 소를 넣어 부쳐낸 연병은 특식이자 보양식이었다.

병원은커녕 약도 없던 시절, 산골 오지마을에서는 머리가 아프면 수수전을 부쳐 온기가 가시기 전에 머리에 덮어쓰기도 했다고. 투박하게 뚝뚝 떼먹던 수수전과 연병, 그리고 밑불에 구워내던 고등어 산적의 맛이 궁금하다.

▲도박묵, 임연수 꾹죽... 마지막 보부상 92세 조주호씨의 밥상

울진 부구리. 그곳에는 과거 염전 밭에서 토염을 만들고, 그 소금을 지고 날랐던 마지막 보부상 조주호씨가 산다. 젊은 시절 가족을 위해 하루가 멀다 하고 등짐을 지었던 조주호씨. 조주호씨의 몸은 언제나 땀으로, 소금과 생선에서 나온 물로 짠 내 범벅이었다고.


임연수 꾹죽과 부구리 앞바다에서 나는 도박이라는 해초로 만든 콩가루 묵 국수는 보릿고개 시절 가난한 등짐장수의 속을 든든히 채워준 고마운 음식이었다. 점액질이 많아 묵을 만들면 쫀득쫀득해지는 도막묵에 콩가루와 양념을 넣어 시원하게 먹으면 여름 별미로도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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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도, 소금도 많던 울진에서 보부상들은 고등어며 꽁치, 임연수 같은 생선들을 등짐에 지고 십이령을 넘었다고 한다. 지금도 부구리에서는 꽁치 철이면, 꽁치로 젓갈을 담가 먹는다. 톳을 불려 다진 양념과 꽁치 젓갈을 넣어 미역에 한 쌈 싸먹으면 짭조름한 향이 한입 가득 담긴다. 도박묵에 임연수 꾹죽, 꽁치젓갈과 톳무침까지 바다내음 가득한 한 상에 마지막 보부상 조주호씨의 삶이 담긴 밥상을 찾는다.

▲보부상들의 달달한 휴식, 소광리 주막의 달콤한 대추고리

험한 길을 밤새 걸으며 삶의 고단함을 노래로 삭히던 보부상들이 잠시나마 숨을 돌리던 곳은 산속 계곡과 드문드문 자리한 주막들이었다. 손때 묻지 않은 청정 십이령의 계곡은 한여름 더위에 지친 마을 사람들에게도 좋은 피서지다. 민물고기를 잡아 배추 겉절이를 넣어 매운탕을 끓이고, 옛 보부상들이 밥을 해먹던 밥 자리를 찾아 소금밥도 해 먹는다.

좁쌀밥도 없어서 못 먹던 시절, 하얀 쌀밥을 먹던 보부상들은 마을 아이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소광리 노인회장 한원기 씨는 그때를 생각하며 1인용 솥에 솥 밥을 짓는다. 그리고 소광리 옛 주막에서 보부상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았다던 토종대추로 만든 대추고리도 맛본다. 진한 단맛의 대추고리와 흰 쌀밥, 매운탕에 나물 꾹죽 까지~ 보부상들이 쉼터였던 계곡과 주막에서 달콤한 휴식을 맛본다.

▲십이령을 따라 봉화로 시집온 윤부용씨의 밥상

울진에서 봉화로 십이령을 넘어 시집온 윤부용씨. 봉화 산골에서 울진의 맛을 평생 그리워하며 살았다는 그녀는 울진에서 보부상들이 올 때면, 가족처럼 반갑게 그들을 맞곤 했단다.

철철이 제철 생선 먹던 울진에서 시집온 윤부용씨는 고등어에 한이 많다. 시집에서는 제사 때 아니면 고기는커녕 간 고등어도 구경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시집와서 시어머니께 배운 봉화방식 제사상탕에 들어갈 고등어를 손질하는 윤부용씨, 생선을 올리는 방식도 울진과 봉화는 다른 게 많았다고.

남편 이경락씨는 울진의 아내 집에서 처음으로 오징어 생채를 맛봤다고 한다. 한 번 해달라고 해도 안 해주던 음식이었는데 윤부용씨가 오랜만에 솜씨를 발휘해 차려낸다. 친정에 가면 엄마가 해주시던 쇠죽에 삶은 달걀까지 해 놓고 보니,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더 커진다. 울진에서 상인들이 오면 반가워서 붙들고 밤새 얘기하곤 했다는 윤부용씨. 솜씨 좋은 울진 댁이 차려낸 울진과 봉화의 맛이 어우러진 한 상을 맛본다.

[사진=KBS 제공]



전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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