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사드 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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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회심리학자 고든 올포트와 레오 포스트먼은 1947년 저서 ‘소문의 심리학’에서 괴담 공식을 발표한다. R=i×a. 여기서 ‘R’는 ‘Rumor(괴담)’, ‘i’는 ‘importance(중요성)’, ‘a’는 ‘ambiguity(애매함)’이다. 괴담은 중요성에다 애매함이 결합하면서 퍼진다는 얘기다. 애매함이 0에 가까울수록 괴담도 줄어들게 마련이다.


한국 사회가 유독 정체불명의 괴담에 시달리는 것은 굵직굵직한 이슈가 터질 때마다 괴담의 한 축인 애매함이 크기 때문이다. 이를 불식할 수 있는 명확한 정보가 빈약한 탓이다. 그러니 속도는 말할 것도 없고 2차 가공돼 확대·재생산되기 일쑤다. ‘괴담 공화국’이라는 말도 그래서 생겨났다. 대표적인 것이 광우병 괴담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미국에서 수입한 소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릴 수 있다는 괴담 때문에 나라 전체가 어지러웠다. “광우병이 공기로도 전염된다”는 유언비어까지 나돌았다. 당시 대통령이 “청와대 뒷산에 올라 시위대의 촛불을 바라보면서 과거 학생운동 시절을 생각하며 눈물을 지었다”는 성명서까지 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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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괴담이 이번에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로 옮아왔다. 핵심은 전자파 위험이다. 경북 성주에 배치하기로 한 사드는 적 미사일을 탐지·추적하고 요격 미사일 유도를 위해 고출력 빔을 쏘게 되는데 여기서 내뿜는 강력한 전자파가 인체에 치명적 위험을 유발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벌써 지역주민에게 암과 불임을 야기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성주 참외는 ‘사드 참외’로 불린다.

무해성을 강조하는 정부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사드 레이더가 지상에서 인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범위는 전방 100m 반경이며 이 지역은 모든 인원이 통제되는 구역으로 안전 펜스가 설치된다. 또 전방 3.6㎞까지는 ‘비통제 인원 출입 제한’ 구역이다. 사드가 배치될 기지도 해발 400m의 고지대여서 농작물이 빔에 닿을 가능성도 없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그런데도 괴담이 잦아들지 않는다면 정보를 제공해야 할 사람들이 설득력 있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거나 불신이 큰 탓이다. 무엇보다 공식 속 애매함(a)을 줄여나가는 것이 관건이 아닐까 싶다. /이용택 논설위원

이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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