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뒷북경제] 한미 FTA의 그늘...천정부지 한우값

수입 소고기 증가→농가 한우사육 급감→공급 줄고 가격 폭등 '악순환'

한·육우 ㎏당 1만8,414원

1년전보다 30%나 치솟아

유통비도 판매가의 41.5%

키워도 농가이윤 거의 없어





한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난 2012년 기점으로 한우 농가들이 사육 마릿수를 대폭 줄이면서 공급이 줄고 가격이 폭등하는 악순환이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육우 가격은 2013년 1㎏당 1만2,814원에서 2014년 1만4,283원, 지난해 1만6,284원으로 뛰었다. 지난 1·4분기 가격은 1만8,414원으로 1년 전보다 30.1% 치솟았다. 조만간 2만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한우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것은 일차적으로 공급부족 때문이다. 한우 농가들은 한미 FTA 발표 시점인 2012년을 기점으로 가격 폭락을 우려해 사육 마릿수를 크게 줄였다. 농협 축산경제리서치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우 사육호수는 한미 FTA가 체결된 2012년 15만4,000호에서 2016년 8만8,000호로 42% 급감했다. 4년간 한 해 1만6,500호씩 사라진 셈이다. 여기에 정부까지 나서 암소 감축사업을 시행하면서 한우공급량은 급감했다. 한우 농가는 하루에 45호꼴로 폐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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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줄어드는 한우 사육 수갈수록 줄어드는 한우 사육 수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 2·4분기 축산농가의 한·육우 사육 마릿수는 274만2,000마리로 1년 전보다 6,000마리(0.2%) 줄었다. 정부가 보는 적정 한우 사육 마릿수 280만~300만마리에 한참 못 미친다.

복잡한 유통구조도 문제다. 한우 값이 오르면 소를 키우는 농가소득이 늘어야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도소매 단계의 복잡한 유통구조 때문에 소비자 판매가에서 유통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41.5%에 달해 농가가 정작 손에 쥐는 이윤은 크지 않다.

서울의 한 대형 마트 정육 코너서울의 한 대형 마트 정육 코너


앞으로 FTA 관세율이 단계적으로 하락하면서 국내 축산농가의 기반은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산 소고기 관세율은 올해 26.7%에서 2017년 24%, 2020년 16%, 호주산 관세율은 올해 32.0%에서 2017년 29.3%, 2020년 21.3%로 줄어든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13년 50.1%였던 소고기 자급률이 2019년에는 38.8%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소비자들이 비싼 한우를 가격 경쟁력이 있는 수입 소고기로 대체하면서 ‘축산농가 이윤 감소→폐업 증가→사육두수 감소→한우 값 폭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황명철 농협 축산경제리서치센터장은 “한우의 공급기반 약화는 결국 가격 폭등과 자급률 하락의 결과로 이어진다”며 “한우 농가가 생산비 부담을 느끼지 않게 안정적인 경영기반을 확립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세종=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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