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사드 유감

조장옥 한국경제학회장·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中 반발보다 심각한 내부갈등

미숙한 민주주의탓 소통 실종

주민·주변국 설득 최선 다하되

'천민적 정치' 개혁도 서둘러야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교수.차기 경제학회장. 거시경제 전공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교수.차기 경제학회장. 거시경제 전공




중국을 빼고 한국의 역사를 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주권국가라고는 하지만 중국에의 의존은 삼국이 통일된 후 역대 왕조 통치의 근간 가운데 하나였다. 사대주의와 조공무역으로 대표되는 중국과의 외교는 주권을 유지하기 위해 피할 수 없었던 현실에 대한 역대 왕조의 고민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무수히 갈등하면서도 다시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웃한 나라였을 뿐만 아니라 교역의 이득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생각된다. 중국은 한반도 역사의 상수였던 것이다.


한반도의 역사가 중국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은 일본의 등장과 미국의 개입 때문이었던 게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중국 주변의 지도를 보면 왜 중국이 미국의 한반도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해 그토록 강하게 반발하는지 알 수 있다. 중국의 주위에는 위로부터 한국·일본·대만·필리핀·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중국에 반드시 우호적이라고 할 수만은 없는 나라들이 에워싸고 있다. 그 가운데 한국은 중국의 수도와 인구밀집 지역에 가장 가까운 나라다. 어떻게 자기들의 목 앞에 배치되는 막강한 군사력에 반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중국의 반발은 이해하면서도 한국의 입장에서 미국의 사드 배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헤아릴 수 있다. 계속되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반도에 배치된 자국의 군사력을 보호해야 하는 미국의 고민을 배척하는 것은 미군철수를 주장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군 없이 한반도에서 세력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하기 때문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균형의 추로서 미국의 역할을 우리는 너무도 자주 봐왔지 않은가.


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에 대한 여러 반응들을 보면서 몇 가지 복잡한 사단을 피할 수가 없다. 먼저 한반도 사드 배치 때문에 중국이 경제보복에 나서리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그러나 중국이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세계무역기구(WTO)로 대표되는 세계교역질서가 그러한 보복을 허용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에 이롭지도 않다. 그리고 지금은 상례화 돼버린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고려할 때 방어체계 구축은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 안보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중국이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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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의 조치들이 적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지속적인 설득과 외교를 통해 중국의 반발은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내부적인 갈등은 해소하기가 더욱 어려워 보인다. 총리가 군중들에게 몇 시간씩 포위돼 수모를 당하는 사건을 접하면서 느끼는 것은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언제 성숙할 것인가에 대한 답답함이다. 국사에 관한 모든 의사결정은 비용과 편익, 유불리가 있는 것이다. 그것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대화이고 타협일 것이다. 그러나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실종된 지 오래고 시위만이 문제 해결의 방식으로 남았다.

법질서, 그리고 대화와 타협이 문제 해결의 방식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을 대중에게 심어준 것은 1986년 이후 이 나라의 정치집단이 저지른 가장 큰 죄악이다. 이제는 이 나라의 모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이익집단화돼 있다는 극단적인 생각마저 하게 된다. 우리의 정치에는 어느덧 모리배만 남고 리더는 사라진 지 오래다. 아니 리더에 대한 대중의 믿음이 사라진 지 오래다. 나라가 뭔지 겉돌고 있다. 핵심은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되는데 곁다리를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시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사드 배치 결정에 대응하는 우리의 반응은 아직 미숙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것이 우리의 안보를 위해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면 시기와 배치 지역, 그리고 주변국에 대한 외교적 설득 등 필요한 조치들이 일관성 있게 이뤄지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집권당의 의원들조차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는 것을 보면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보다 더 큰 정치적 이상이 존재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땅의 천민적 정치를 개혁하는 것은 이제 시대적 사명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조장옥 한국경제학회장·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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