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는 1923년 군 사령관 출신인 무스타파 케말이 오스만제국의 술탄 시대를 끝내고 공화국을 선언하며 국가 통치를 위해 정교 분리의 세속주의를 헌법에 명시했다. 초대 대통령을 지낸 케말은 투르크인의 아버지를 뜻하는 ‘아타튀르크’라는 성이 붙을 정도로 터키의 국부로 추앙받고 있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3년 총리에 취임한 후 헌법을 바꿔 대통령에게 권한을 몰아준 뒤 2014년 그 자리를 자신이 차지하며 이슬람주의를 맨 앞에 세웠다. 그는 한때 ‘종교적 불관용’을 선동하다 공직에서 쫓겨날 만큼 친이슬람 성향을 보였으며 집권 이후 세속주의 원칙을 잇따라 사문화했다. 과도한 이슬람주의에 입각한 여성차별도 횡행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부패와 독재는 집권이 장기화할수록 극심해지고 이를 비판하는 언론에 대한 탄압도 거세졌다. 2013년 5월 에르도안 정권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스탄불 탁심 광장에서 일어나자 터키 정부가 이를 강제 진압해 22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터키 헌법은 군을 ‘국가의 수호자’로 명명해 정치에 개입할 여지를 두고 있고 에르도안이 국정의 기초를 장기간 흔들자 군이 민주주의와 세속주의 회복을 목표로 쿠데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군부는 세속주의를 외면하는 에르도안과 갈등을 빚다 2010년에도 쿠데타를 기도하다 적발돼 관련자들이 대거 숙청됐다.
과거 성공한 쿠데타들과 달리 군부 전체의 지지를 얻지 못한 채 거사가 단행된 것도 미국 등 서방 정보기관들이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고 일단 에르도안 정권 유지에 힘을 실은 이유로 해석된다. 1960년 이후 터키군은 합동참모본부와 육·해·공군이 합의해 쿠데타에 나서 4번이나 정부를 전복한 바 있으며 2∼3년 후 민간에 권력을 이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