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터키 '6시간 쿠데타' 후폭풍, 美와 배후송환문제 충돌조짐

독단통치 강화...중동정세 악화 예상

지난주 말 발생한 터키 군부의 쿠데타가 6시간 천하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이번 쿠데타의 실패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독단적 통치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터키 정부가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의 송환 문제를 놓고 미국과 터키가 정면 충돌할 태세여서 가뜩이나 꼬인 중동 정세가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오전4시(현지시각) 터키 국가정보기관 MIT는 전날 밤 수도 앙카라와 최대 도시 이스탄불에서 벌어진 쿠데타가 실패로 끝났다며 상황 종료를 선언했다. 이어 오전4시30분에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쿠데타에 대해 “군부 소수 세력이 시도한 것”이라며 “(이들은) 국가에 대한 반역행위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 진압 직후 TV 방송에서 재미 이슬람학자 귈렌을 배후로 지목하고 그를 추방해 터키로 넘길 것을 미국 측에 요구했다. 그는 “만약 우리가 전략적 파트너라면 미국은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도 “(귈렌을) 후원하는 어떤 나라도 터키와 심각한 전쟁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며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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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즉각 반발했다. 룩셈부르크를 방문 중인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기자들에게 “(터키 정부가) 적법한 증거를 제시한다면 이를 검토한 뒤 적절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며 터키 정부의 송환 요구를 일축했다.

외신에 따르면 15일 밤10시26분 군부 세력이 보스포루스 해협 대교 2개를 장악하며 시작된 쿠데타는 6시간여 만에 사망자 265명 등 1,7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채 진압됐으며 터키 정부는 이번 쿠데타에 참여한 2,839명의 군인을 체포했다. 여기에는 주모자로 알려진 아킨 외즈튀르크 전 공군사령관을 비롯해 육군 2군 사령관인 아뎀 후두티, 3군 사령관 에르달 외즈튀르크 등 5명의 장군과 알파르슬란 알탄 헌법재판관이 포함됐다.

한편 쿠데타 진압 직후 이을드름 총리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헌법재판소와 정당들이 사형제 부활이 합리적인지를 놓고 논의할 것”이라고 밝혀 에르도안 정권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피의 숙청’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주요국 지도자들은 폭력이 아닌 법에 따른 대처를 요구하는 공식 성명을 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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