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간접투자

안정성 갖춘 우량자산 편입하고 높은 수수료 체계 등 개선해야

해외 사례로 본 국내 간접투자시장 과제

싱가포르증시 1호 상장 리츠

유명 쇼핑몰 등 16개 자산편입

작년 배당수익률 5.8% 달해

금융위·국토부로 이원화된

관리·감독체계도 바꿀 필요

싱가포르증시에 1호로 상장된 캐피탈랜드몰트러스트에 편입된 ‘래플스시티’ 전경.  /싱가포르=고병기기자싱가포르증시에 1호로 상장된 캐피탈랜드몰트러스트에 편입된 ‘래플스시티’ 전경. /싱가포르=고병기기자




지난해 말 기준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된 리츠(REITs)의 시가총액은 59조원에 달한다. 싱가포르와 비교하면 시가총액이 1,000억원 수준에 불과한 국내 상장 리츠 시장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부동산 공모 펀드 시장은 전체 부동산 펀드 시장의 2.4%에 불과하다. 개인투자자들이 소액으로 대형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사실상 차단돼 있다는 의미다.

비슷한 시기에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을 도입한 한국과 싱가포르의 격차가 이렇게 벌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그 이유 중 하나로 우량 상품의 존재 유무를 꼽고 있다. 싱가포르 증시에 1호로 상장된 리츠는 ‘캐피탈랜드몰트러스트(CMT)’다. 2002년 6월에 상장된 CMT는 싱가포르 시청역 인근에 위치한 복합 건물(쇼핑몰·호텔·오피스 등)인 ‘래플스시티’를 포함해 16개의 자산을 편입하고 있다. 한 리츠 안에 여러 개의 자산을 담고 있는 덕분에 일부 자산의 임대수익이 떨어지더라도 다른 자산들이 이를 보완하면서 안정성과 지속성을 갖추게 된 것이다. CMT의 지난해 배당수익률은 5.8%로 싱가포르 10년물 국채 수익률(2.6%)에 비해 3.2%포인트 높았다.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산의 대중성과 임대료를 안정적으로 지급할 수 있는 임차인의 신용도도 중요하다. CMT가 담고 있는 래플스시티나 클락키 등은 싱가포르인들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잘 알려진 부동산이다. 친숙한 자산인 만큼 개인들이 투자 판단을 내리기가 쉽다. 실제 국내 부동산 간접투자 시장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하나랜드칩부동산투자신탁 1호’의 경우도 하나대투증권이라는 확실한 임차인을 확보하고 있었으며. 공실률이 3%에 불과했다. 김낙영 하나자산운용 부동산본부 부장은 “지난 5월 사모 형태로 약 220억원을 모집한 ‘롯데 팩토리 아울렛 가산점’의 경우 롯데쇼핑이라는 확실한 임차인 덕분에 조기에 개인투자자들을 모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경우 과거 2008년 금융위기 이전 개발 사업에 투자하는 부동산 공모 펀드가 망가지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은 사례가 있는 만큼 운용사들도 확실한 임차인을 확보한 상품 위주로 시장을 키워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도 리츠의 개발 사업 투자는 10% 이하로 제한돼 있다.


상품을 만드는 운용사나 판매사인 은행·증권사 등의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져야 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운용역들은 기관 자금을 모아 만드는 사모 형태의 상품에 익숙해져 있고 프라이빗뱅커(PB)들은 부동산 공모 상품을 팔아본 경험이 별로 없다”며 “이들이 성숙해져야 시장이 더욱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 초기 단계이다 보니 판매수수료가 150~200bp나 될 정도로 높다”며 “고객들을 위해서는 수수료 체계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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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로 이원화된 관리·감독 체계도 개선돼야 할 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펀드 자산운용사나 리츠 자산운용사나 하는 일이 같고 상품의 성격도 같은데 관할 부처가 다르다 보니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거나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해외의 경우처럼 통일해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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