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영화시장의 경쟁이 여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작부터 잡음이 많다. ‘유료 시사회’라는 일종의 반칙을 통해 경쟁 우위를 차지하려는 영화들이 잇따라 등장했기 때문이다.
18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오는 20일 개봉 예정인 영화 ‘부산행’은 지난 15~17일 431개 스크린에서 2,663회의 유료 시사회를 열고 모두 55만 8,928명의 관객을 모았다. 13일 정식 개봉했던 영화 ’트릭’(390개)이나 ‘데몰리션’(196개)보다 더 많은 수의 스크린을 확보해 더 많은 관객을 모았다.
재미있는 영화를 좀 더 빨리 볼 수 있었으니 뭐가 문제냐고 물을 수 있지만 ‘부산행’이 시작한 변칙 개봉의 피해는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당초 13일 개봉하기로 예정됐던 외화 ‘나우 유 씨 미2’는 ‘부산행’의 유료 시사회 결정으로 개봉 첫 주 주말 화제성을 뺏긴다는 우려가 커지자 같은 방식의 유료 시사회를 열었다. 개봉 앞 주 주말인 9~10일 400여 개 스크린에서 확보해 19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비슷한 시기 개봉한 다른 영화 관계자들 입장에서는 ‘저들이 약속을 지켰더라면 우리 영화가 좀 더 사랑받을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에 아무래도 속이 상한다”고 토로했다.
가뜩이나 스크린 경쟁이 심한 한국 영화계에서 이 같은 반칙은 분명 여러 피해를 일으키지만, 현실적으로 유료 시사회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 딜레마다. 일반적인 시사회는 영화를 제작한 측에서 비용을 부담, 관객들을 초청해 먼저 영화를 선보이며 입소문을 노리는 마케팅이지만 ‘유료 시사회’는 그 비용마저 관객들에게 떠넘기는 방식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종종 진행되는 마케팅의 일종이며 불법은 당연히 아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 돈 한 푼 안 들이고 입소문을 낼 수 있으니 작품에 정말 자신 있는 투자·제작자라면 누구나 혹할 만한 ‘달콤한 유혹’”이라고 설명했다. 극장에서 유료 시사회를 하지 못하게 강제하면 안되냐는 말도 나오지만 극장들도 관객을 모셔오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기대작을 먼저 틀 수 있게 해주겠다는데 그 기회를 놓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 극장 관계자는 “만약 우리가 ‘반칙’을 들먹여 유료 시사회 요청을 거부한다고 해도 다른 극장 체인에서 튼다고 한다면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관객을 뺏기는 실질적 피해까지 입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영화계 스스로의 상생을 위한 자정이 유일한 해결책인 셈이다.
한편 영화계 일각에서는 유료 시사회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부산행’의 경우 유료 시사회에 참석한 관객들이 SNS에 잇따라 글을 올리며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듯 보였지만 일부 관객들의 대량의 스포일러(내용 누설)를 한 나머지 정식 개봉을 기다리고 있던 관객들의 심기를 상하게 하는 역효과도 낳았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자신만만하게 유료 시사회를 진행했는데 작품이 기대에 못 미쳐 개봉 첫날 성적이 오히려 곤두박질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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