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시각] 시야 넓혀야 美·中 관계 보인다

맹준호 정치부 차장

맹준호 정치부 차장맹준호 정치부 차장


지난 1950년 5월 김일성은 비밀리에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마오쩌둥을 만나 전쟁을 하고 싶으니 10만 군대를 빌려달라고 한다.

당시는 공산당이 국민당을 몰아내고 중화인민공화국을 선포한 지 1년도 안 된 시점이다. 마오와 주더·류사오치·저우언라이·런비스 등 5대 서기 중 마오를 빼고 모두 파병을 반대했지만 마오는 김일성을 만나 이렇게 얘기한다.


“미국이 서해로 상륙하면 북한군은 고립되니 조심해라. 중국은 미국이 출병할 경우 군대를 보내겠다.”

실제로 그해 9월 미군은 인천으로 상륙했고 마오쩌둥은 한국전쟁에 개입했다.

마오와 김일성의 우정을 얘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중국이 미국을 얼마나 경계하는지를 얘기하려고 소개한 예다.

그때나 지금이나 중국은 동북 지방에서 미군과 마주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서해가 외세의 세력권에 편입될 경우 결국 중국이 침략당한다고 보고 있다. 청일전쟁 무대도 서해였다.


중국과 북한 신의주의 접경도시인 단둥에 가면 한국전쟁 때 미군의 폭격으로 끊어진 다리가 그대로 있다. 이름은 압록강 단교(斷橋)다. 끊어진 다리는 미국과 싸운 역사의 교훈을 잊지 말자는 뜻에서 그대로 뒀다. 중국은 그 끊어진 다리 옆에 새 다리를 짓고 이름을 ‘조중우의교(朝中友誼橋)’라고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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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한국전쟁을 ‘항미원조전쟁(抗美援朝戰爭)’이라고 부른다. 조선을 도와 미국에 맞선 전쟁이라는 뜻이다. 미국을 바라보는 중국의 관점은 한국과는 이처럼 다르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대치는 세계사적 관점에서 봐야만 한다. 한국과 미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경북 성주에 배치하기로 결정한 데 대한 중국의 반발도 ‘북한 미사일 막겠다는데 중국이 왜 나서느냐’는 단편적 시각으로 봐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세계사 속 중미 관계의 틀에서 이 문제를 봐야 한다.

이런 가운데 일본이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리밸런싱)’ 전략은 일본 활용이 핵심이다.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변신하려는 일본의 국가전략을 보이지 않게 지원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이 미국의 속마음이다.

한미의 사드 배치 결정, 일본 집권세력의 개헌선 확보, 남중국해 분쟁에 대한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결 등 중국에 불리한 일이 불과 1~2주 사이에 일어났다. ‘항일’에 정권의 정통성을 두고 ‘항미’를 자랑으로 여기는 중국 공산당이 얼마나 당혹스러울까를 이해해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중국이 이대로 가만히 있을 것이라고 봐도 곤란하다.

한국은 사드 배치 결정으로 미국 편에 섰다. “자위적 방어조치”라고 말한 이상 이는 스스로 결정한 일이다. 그러나 국가의 운명은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결정할 수 없다. 그것이 세계사다.

지금은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외교 위기다. 고래들이 싸운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시야를 넓혀야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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