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외국선 다양한 富의 승계 허용하는데 한국은 상속 규제가 편법승계 조장"

[한경연 보고서]

BMW·하이네켄 등 지분관리회사 통해

시장 영향없이 상속세 줄이며 승계 가능

韓, 지배주주 주식 할증평가 등에 발목

稅부담 커지며 승계과정서 지배력 흔들

지난해 8월 89세로 사망한 BMW 오너가 요한나 크반트는 116억달러(약 13조1,700억원)의 자산으로 독일에서 두 번째로 부유한 여성이었다. BMW의 창업자 헤르베르트 크반트의 비서였다가 부인이 된 그는 지난 1982년 최대주주였던 남편이 죽자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는 죽기 전 회사 지분을 자녀들에게 꾸준히 넘겨왔는데 유한합자회사 형태의 BMW 지분관리회사를 만들어 이를 추진해왔다. BMW 지분 대신 지분관리회사 지분을 6년에 걸쳐 자녀에게 증여한 것이다. 이성봉 서울여대 교수는 “지분관리회사는 미공개 회사이기 때문에 시장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고 기업지배권을 넘길 수 있었다”며 “자신들이 원할 때 증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세금 부담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했다.

BMW는 대표 사례다. 글로벌 기업 하이네켄과 헨켈·포드 등이 다양한 방식의 승계를 허용하는 법과 제도 덕에 오너가가 경영권을 합법적으로 넘겨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상속 관련 규제가 오히려 편법 승계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8일 ‘해외 대기업의 승계 사례 분석과 시사점’이라는 이름의 보고서에서 “국내 대기업 승계 원활화를 위한 규제완화 등 제도설계를 위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MW만 해도 요한나 크반트의 자제들은 직접 소유하고 있던 BMW의 상장주식에서 배당을 받아 지분관리회사의 지분을 사는 방식을 취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추가 비용 없이 지배권을 넘겨받았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네덜란드의 맥주회사 하이네켄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다층적 지주회사 구조를 활용했다. 다층적 지주회사 구조는 지주회사에 대한 지분관리회사를 설립하고 그 회사의 지분을 관리하는 또 다른 지분관리회사를 위에 설립하는 방식이다. 옥상옥 구조인데 위에 지분관리회사를 새로 만들어 이를 상속자가 소유하면 된다. 하이네켄은 이런 방식으로 경영승계를 했기 때문에 가족들이 의결권의 과반을 실질적으로 보유한 최대주주임에도 산술적으로는 낮은 직접 지분율(20%)을 갖고 있어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며 기업승계를 할 수 있었다.

미국 포드는 포드재단에 대한 주식(보통주) 출연과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을 통해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경영권을 유지했다. 차등 의결권은 경영진이나 최대 주주에게 보유 지분율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해 경영권 안정을 도모하는 제도로 미국·일본 등은 도입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독일의 헨켈은 1985년 다른 가족의 동의 없이는 지분을 외부에 팔 수 없는 ‘가족지분 풀링 협약’을 체결해 승계 과정에서 지분율 희석을 방지하는 방식으로 현재 의결권의 50% 이상을 가문이 확보하며 지배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왔다. 독일 법원도 헨켈 사례와 같은 가족 협약에 대해 민법을 적용해 법적 지위를 인정한다.

우리나라는 대기업의 경영권 승계 시 상속세를 감면해주는 제도가 없고 오히려 상속증여세법 조항에 따라 공익재단 출연 주식 규제, 지배주주 주식 할증평가 등 여러 규제가 적용된다고 한경연은 지적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경우 상속세 부담이 커 기업 승계 과정에서 지배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적정 상속세를 부담하는 등 투명하고 합법적인 대기업 경영권 승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영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