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은행은 돈 가져다 쓰라는데 기업은 쳐다보지도 않고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은행은 기업에 높은 문턱으로 존재했다. 기업은 자금부족에 시달렸고 그때마다 대출을 위해 은행을 찾아가 통사정해야 했다. 그러던 것이 이제 전세가 완전히 뒤바뀌어 문턱 자체가 사라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은행은 금리를 낮춰주며 기업에 대출을 받아가라고 애원하는 처지인데 기업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19일자 서울경제신문은 우리 경제가 뭔가 해보려는 의욕을 잃어가고 있음을 가르쳐준다. 한국은행의 정책자금인 금융중개지원대출 잔액 규모는 6월 현재 16조613억원으로 전월 대비 133억원 줄었다. 5월에 1,412억원이 줄었으니까 2개월 연속 감소세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중소기업 대출을 촉진하기 위해 한은이 시중은행에 기준금리보다 낮은 0.5~0.75%의 저금리로 빌려주는 자금이다. 이 대출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 해 4조6,000억원이 늘어날 정도로 수요가 몰렸고 이에 따라 한은은 한도를 올해 초 25조원으로 확대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올 들어 대출잔액이 줄기 시작했다는 것은 중소기업의 사업 의지가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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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중개지원대출이 아니더라도 자금이 실물 부문으로 유입되지 않은 지는 오래됐다. 5월 말 현재 현금·요구불예금 등 단기 부동자금은 958조9,937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5조1,398억원 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단기 부동자금은 2008년 말 539조3,000억원에서 이듬해 646조9,000억원으로 급증했고 2013년 말 712조9,000억원, 2014년 말 794조8,000억원 등으로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하루빨리 기업가 정신을 살려야 한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사업 의지를 꺾는 불합리한 규제를 걷어내고 기업환경 개선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국회는 최소한 노동개혁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만이라도 통과시켜 기업에 신사업 개척 의지를 불러일으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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