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탈퇴협상 뜸 들이는 英에 EU “핵옵션 발동할 수도”

브렉시트 조기협상 유도 위해

회원국 의결권·권리 등 박탈

리스본조약 7조 시행 검토

EU내 英에 호의적 국가 있고

발동조건 까다로워 실현 미지수



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Brexit) 협상에 뜸을 들이는 영국을 압박하기 위해 ‘핵 옵션(nuclear option)’으로 불리는 초강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핵 옵션은 리스본조약 7조에 따라 EU가 추구하는 가치를 침해한 회원국의 의결권과 권리를 박탈하는 조치로 시행될 경우 영국이 브렉시트 협상 테이블에 나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익명의 EU 관계자들을 인용해 EU가 영국과의 브렉시트 협상을 서두르기 위해 핵 옵션 추진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EU 일부 국가들은 브렉시트를 결정해놓고 협상은 지체시키는 영국의 태도로 인내심이 바닥났다”며 “EU 차원에서 영국을 압박할 방안으로 핵 옵션이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EU의 헌법 격인 리스본조약 7조에 규정된 ‘핵 옵션’은 EU 회원국의 표결을 거쳐 시행되는 조치로 EU 출범 이후 단 한 차례도 발동된 적이 없다. 블룸버그는 “EU 국가들은 브렉시트 협상이 늦춰져 자국 내에서 EU 탈퇴를 주장하는 극우세력들이 이익을 얻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핵 옵션은 EU의 가장 가혹한 제재절차”라고 전했다.


EU가 핵 옵션까지 거론하고 나선 것은 취임 이후 브렉시트 협상을 늦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테리사 메이 신임 총리에 대한 압박으로 분석된다. 메이 총리는 취임 전 “브렉시트는 브렉시트를 의미한다”며 협상에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집권 이후에는 EU와 만남 전에 스코틀랜드 등 브렉시트에 반대했던 국내 세력을 우선 규합하겠다고 밝히면서 시간을 끌고 있다. 이에 대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 EU 주요국 정상들은 브렉시트가 미칠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협상이 최대한 빨리 시작돼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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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총리가 영국을 대표해 브렉시트 협상을 진두지휘하라고 뽑은 인사들도 EU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특히 국민투표 결과가 브렉시트로 나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이 EU 협상 책임자인 외무장관에 임명된 데 대해 EU 지도자들의 불만이 크다. 장마르크 에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존슨의 임명은 영국 정치의 위기를 보여준다”며 “그는 국민투표 과정에서 수많은 거짓말을 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핵 옵션 발동조건이 까다롭고 EU 내에는 영국에 호의적인 국가도 있어 실제 이 조치가 시행될지는 미지수다. 리스본조약에 따르면 핵 옵션이 현실화하려면 전체 EU 회원국 28개 나라 중 5분의4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블룸버그와 인터뷰한 EU 당국자는 “EU 내에 협상을 앞두고 영국 내 여론이 반(反)브렉시트로 돌아설 것을 기대하는 세력도 있다”며 “이 때문에 당장 핵 옵션을 논의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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