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兆단위 특허 세수 날린 한미조세협약 개정해야

미국 기업이 한국에서 특허로 연간 7조원이나 벌어가지만 과세는 못하는 기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에 따르면 국내 기업이 미국에 산업재산권 이용 대가로 지급한 사용료는 6억7,000만달러(약 7조3,000억원)에 달했다. 원칙대로라면 세율 15%가 적용돼 1조원 이상 세수를 거둬들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1976년 체결된 한미조세조약에서 한국에 등록된 특허에 대해서만 세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규정한 탓이다. 40년 전 족쇄에 묶여 외국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떼돈을 벌어가는데도 마냥 손 놓고 구경만 해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지재권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한미조세조약은 과세권을 기업 또는 개인이 거주하는 국가(거주지주의)에 부여하고 있다. 돈은 한국에서 벌고 세금은 미국에서 내는 기막힌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다. 이러다 보니 자본과 부동산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수차례 외국 기업의 ‘봉’ 노릇을 해야 했다. 제일은행 매각으로 천문학적 시세차익을 얻은 미국계 사모펀드 뉴브리지캐피털에 주식 양도소득세를 한 푼도 못 거둬들인 게 대표적이다. 정부가 외환은행을 매각한 론스타와 지루한 세금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것도 한미조세조약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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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법 개정이나 판결만으로 불평등을 바로잡을 수는 없다. 우리 법 체계상 국가끼리의 약속이 국내법에 우선할 뿐 아니라 자칫하면 조약파기라는 오해를 불러 국가 간 소송전에 휘말릴 수도 있다. 상황을 바로잡는 방법은 한미조세조약 개정뿐이다. 명분도 충분하다. 외국 기업이 한국인과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돈을 벌었다면 세금도 우리나라에 내는 게 당연하다. 미국 정부만 미국인과 미국 기업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들의 오만이고 독단이다. 유엔이 정한 조약표준 모델도 소득이 발생한 곳에서 과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은가. 조세주권을 회복하기 위해, 우리나라가 외국 기업의 노리개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잘못된 조약은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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