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001040)그룹 회장이 8·15 특별사면을 앞두고 재상고를 포기했다. 재판기간이 장기화되고 건강 악화로 경영 복귀까지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CJ는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특사에 그룹의 운명을 걸어야 하는 기로에 섰다. 재계에서는 3년 넘게 총수 공백의 위기에 내몰린 CJ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특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CJ는 19일 이 회장이 변호인을 통해 재판부에 재상고를 취하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재상고를 포기하면서 작년 12월 서울고등법원이 이 회장에게 선고한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252억원의 실형이 확정됐다. CJ그룹은 “이 회장의 건강이 극도로 나빠져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재판을 더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고심 끝에 오늘 대법원에 상고 취하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CJ는 이날 이례적으로 이 회장의 신체를 찍은 사진까지 공개했다. 사진을 보면 이 회장은 지병인 샤르코마리투스 질환이 악화되면서 손과 발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하게 굽었고 종아리도 오랜 투병생활로 근육이 없어지고 심하게 말라 있다. 실제 이 회장은 걷기, 쓰기, 젓가락질 등 기본적인 일상 생활 유지조차 힘든 상황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의 주치의인 김연수 서울대 교수는 “유전병과 신장이식에 따른 합병증으로 환자의 건강상태가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며 “각종 신체지표도 이미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고 최근에는 우울증 치료까지 받는 등 심리적으로도 극도로 불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CJ는 이 회장의 재상고 포기를 둘러싸고 적지 않은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사 대상에 포함되려면 형이 확정돼야 하지만 재상고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선뜻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회장의 병세가 극도로 악화되면서 모친인 손복남 여사를 비롯한 이 회장의 가족들이 재상고 포기를 강력하게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3년 7월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후 건강 악화에 시달려온 이 회장이 이처럼 사면을 간절히 희망하면서 이번 8·15 특사에 이 회장이 포함될지가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 11일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 71주년을 맞아 사면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이래 주요 기업 총수 중에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등이 대상자로 거론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한류 세계화의 주역으로 부상한 CJ그룹의 경영 정상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이 회장의 사면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 구속 이후 그룹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사라지면서 CJ는 잇따른 인수합병 실패와 리더십 공백 등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재벌 총수로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서는 백번 사죄해도 모자란다는 지적에 통감한다”며 “대기업 오너이기 이전에 이제는 한 인간으로서 생명권과 치료권을 보장받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