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정몽구·의선 父子, 현대엔지비 등기이사 동시 사임

정의선 부회장 오토에버 이사직서도 물러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그룹 계열사인 현대엔지비의 등기이사직을 모두 내려놨다. 정 부회장은 또 15년 만에 현대오토에버 등기이사에서도 사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정몽구·의선 부자(父子)는 각각 4곳의 등기이사직을 맡게 됐다. 등기이사 등재를 통한 ‘책임경영’을 이어오던 두 사람이 비슷한 시기에 사임하면서 업계에서는 승계를 위한 실탄확보용이나 계열사 합병의 신호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2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4월 현대차그룹의 산학협력 전문회사 현대엔지비의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한 달 후 정 부회장도 뒤를 이어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았다. 현대엔지비는 현대차그룹 내에서 미래 인재 발굴에 핵심역할을 수행해온 기업이다. 연구장학생을 통해 학사와 석·박사 과정 중의 우수한 인재를 조기에 발굴·육성해왔다. 정몽구·의선 부자가 현대엔지비 등기이사로 나란히 이름을 올리면서 현대차그룹의 사회공헌계열사로 주목받아온 곳이기도 하다. 이번 사임으로 두 사람이 함께 등기이사로 등재한 회사는 현대차, 현대모비스 두 곳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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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그룹 계열 SI(시스템통합) 업체인 현대오토에버 등기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이로써 정 부회장이 그룹 내 등기이사직을 맡은 곳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4곳으로 줄었다.

정 부회장은 현대오토에버 지분 19.46%를 보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이 지분 매각을 위해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했다고 보고 있다. 지분 매각을 통해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기 위한 실탄으로 활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정 회장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현대오토에버 지분 전량(9.96%)을 690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정 부회장이 지분을 매각할 경우 당시 주식가치와 단순 비교해 약 1,4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계열사 합병 등 구조조정을 위해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은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몽구 회장이 지난해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에 앞서 현대제철 등기이사에서 사임한 점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합병 외에도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 합병, 현대위아의 현대메티아·현대위스코 흡수합병 등 진행하며 조직을 변화해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자동차 업계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계열사 등기이사 사임을 통해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핵심 계열사에 더욱 집중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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