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 반대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모회사 주주에 '제소권' 과도한 특혜

더불어민주당이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기 위한 상법 개정안을 이달 초 발의해 경제계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다중대표소송제란 모회사가 (손)자회사의 위법행위로 손해를 볼 경우 모회사 주주들이 (손)자회사의 이사회 등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모회사 주식 1% 이상을 확보하면 누구나 손해를 입힌 자회사의 이사들에게 소송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현행 주주대표소송에서는 1% 이상의 지분을 가진 주주들이 해당 회사 경영진만을 상대로 소송할 수 있다.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은 박근혜 대통령도 18대 대선을 앞두고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정책 방향을 경제 민주화에서 경제 활성화로 전환하면서 도입하지 않았다. 찬성론자들은 적은 지분으로 전체를 지배하는 기형적 재벌 기업들에 경영책임을 쉽게 물을 수 있어 투명해질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든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외국계 자본이나 투기세력들이 경영권에 개입하는 등 악용해 부당이득을 챙일 개연성이 높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소개한다.






다중대표소송제도는 자회사 이사 등의 경영진을 통제·감시해 소액주주 보호에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경제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이번 정부 들어 다중대표소송법안이 벌써 세 차례나 제출됐다.

먼저 대표소송이라는 것은 회사의 이사 등 임원이 임무를 게을리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음에도 회사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경우 무의결권주를 포함한 발행주식 총수의 1% 이상을 보유한 주주(상장회사의 경우 6개월 전부터 계속해 발행주식 총수의 0.01%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제기하는 소송이다. 1%나 0.01%는 어떤 주주 혼자 보유해도 좋고 여러 주주가 지분을 합해도 좋다. 대표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먼저 회사 대표이사에게 서면으로 문제가 된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소를 제기할 것을 청구해야 한다. 급박한 경우가 아닌 이상 회사가 청구를 받고도 30일 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그때 비로소 주주가 직접 소를 제기할 수 있다. 회사든 주주든 승소해 손해배상금을 받으면 그것은 회사 재산으로 귀속된다. 소를 제기한 주주에게 직접적·개인적 이득이나 인센티브는 없고 다만 그간 소요된 소송비용 등을 회사에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 공익을 위한 소송이기 때문이다.


이중대표소송은 모자회사 관계를 전제로 한다. 자회사의 이사 등 임원이 임무를 게을리해 자회사가 손해를 입었음에도 자회사의 대표이사나 모회사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경우 모회사의 1% 주주가 나서 소를 제기하는 것이다. 손자회사의 임원에 대한 소는 3중대표소송이다. 이같이 자회사 이하 회사의 임원을 상대로 하는 소송을 총칭해 다중대표소송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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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상법은 다중대표소송을 인정하지 않는다. 상법상 모회사는 자회사의 주식 50%를 초과해 보유하고 있는 회사를 말한다. 물론 100% 지주회사처럼 완전모회사도 있지만 완전자회사가 아닌 이상 자회사에는 다른 주주가 있다. 자회사의 이사가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 그 자회사의 주주가 책임을 추궁하는 소를 제기하는 것이 맞다. 공정거래법과 달리 한국 상법은 회사 그룹을 인정하지 않고 모든 회사를 독립된 인격으로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론상 이중대표소송을 인정할 수 없다. 그래서 대법원은 지난 2004년 판결을 통해 이중대표소송을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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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이 회사법의 기본 이론에 맞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 필요에서 이를 인정할 경우에도 매우 엄격히 제한을 한다. 예컨대 영국·독일·캐나다·호주·뉴질랜드·홍콩·싱가포르 등은 법원의 허가(leave) 또는 승인(approval)이 있어야만 한다. 미국은 판례법에서 인정되나 이사가 부정행위를 한 시점에 이미 모자회사 관계가 존재해야 하고 그 당시부터 계속 주식을 보유했어야 하며(주식 동시보유의 원칙과 주식 계속보유의 원칙) 회사에 사전 제소를 청구했으나 거절됐어야 한다(사전제소 청구의 원칙). 일본은 완전자회사 주식의 장부가액이 최종완전모회사 등의 총자산액의 5분의1을 초과하는 대규모 자회사에 한해(외국회사는 제외한다) 최종완전모회사의 1% 이상의 주주(상장회사의 경우는 6개월의 보유기간 필요)에게, 또한 모회사에 손해가 있는 경우에 한해 인정한다. 이같이 법원의 허가, 주식 계속보유 요건, 주식 동시보유 요건, 완전모자회사 요건 등으로 실제로 다중대표소송이 제기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조직재편 등으로 새 회사의 주주 자격을 상실하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는 인정할 실익이 있으나 주요 외국에서는 이사들에게 방어수단인 경영 판단의 원칙을 함께 도입하고 있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상법 개정안대로라면 모회사의 1% 주주에게 모든 자회사의 임원에 대해 소 제기권을 부여하면 외국계를 포함해 모든 기관투자가는 그룹 기업의 대부분에 경영 간섭을 할 수 있게 된다. 대기업 그룹의 경우 크고 작은 자회사가 100개도 넘는데 모회사의 주식 0.01%만 가지면 외국에 소재하는 자회사를 포함해 모든 자회사를 감시할 수 있다. 이사가 위법행위를 한 당시에는 모회사의 주주가 아니었어도 소를 제기할 수 있게 돼 있다. 정부가 순환출자 폐지 대신 추진해온 지주회사체제는 이중대표소송에 가장 취약한 구조가 된다. 자회사 주주는 자기 회사의 임원을 상대로만 소를 제기할 수 있으나 모회사 주주는 모든 자회사의 임원을 상대로 소를 제기할 수 있으니 모회사의 주주에 대한 과도한 특혜가 된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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