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삼표, 동양시멘트 인수 이어 계열사 3곳 IPO 나선 까닭은..."5,000억 실탄 마련...유진의 동양 인수 견제"

동양시멘트 인접 레미콘 공장

동양 소유로 수직계열화 난항

IPO로 조달된 자금 상당 부분

동양 지분 확대에 써 유진 압박

공장 인수 위한 협상력 높이기



동양시멘트(038500) 인수에 이어 ㈜동양(001520) 지분 확대에 나선 삼표그룹이 3개 계열사의 기업공개(IPO)까지 선언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삼표그룹은 국내 증권사들로부터 콘크리트 제조업체인 삼표피앤씨㈜와 철도궤도 건설사업을 하는 삼표이앤씨㈜, 레미콘·골재 전문업체인 삼표산업㈜의 IPO를 위한 제안서를 받고 주관사 선정작업에 들어갔다. 당초 삼표그룹의 지주사격인 삼표㈜의 IPO가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3개 계열사의 IPO를 통해 자금을 확보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IB업계에서는 삼표그룹이 3개 계열사의 IPO로 최소 5,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장 계열사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보수적인 삼표가 갑자기 계열사 IPO에 나서는 이유를 일단 회사 측은 지난해 8월 인수한 동양시멘트의 인수자금을 상환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레미콘 공장을 보유한 ㈜동양을 인수하려는 유진그룹을 견제하기 위한 실탄 확보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 1일 삼표는 이미 경영권 확보를 위해 유진그룹이 ㈜동양의 지분을 25%까지 늘린 상황에서 ㈜동양의 지분 5%를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동양의 지분 30%를 확보해 계열사로 편입하려는 유진그룹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삼표가 유진그룹의 갈 길을 막아선 것은 동양시멘트 인수 후 예상했던 시나리오가 유진그룹에 의해 방해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삼표는 동양시멘트를 인수해 시멘트-레미콘-콘크리트 제조로 사업을 수직계열화하려 했지만 동남권 지역 동양시멘트 공장과 인접한 레미콘 공장이 ㈜동양 소유인 관계로 수직계열화는 물론 원가경쟁력도 갖추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실제 올 3월 삼표는 ㈜동양 지분 3.19%를 유진그룹 측에 넘기는 조건으로 동양시멘트와 인접한 레미콘 공장 매각을 요청하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멘트업 특성상 시멘트 생산 후 1시간 30분 이내에 레미콘으로 운반시켜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동양시멘트가 생산한 시멘트를 운반해줄 최적의 레미콘사는 유진그룹 계열사가 될 ㈜동양이 되는 셈”이라며 “삼표 입장에서는 유진그룹을 압박해 ㈜동양의 레미콘 공장을 가져오지 못할 경우 시멘트를 쌓아만 두는 상황까지 내몰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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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유진의 동양 인수는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다.

IB업계에서는 이런 까닭에 삼표가 IPO로 조달된 자금 중 상당 규모를 동양 지분 확대에 사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표의 한 관계자도 “동양 지분 확대는 단순 투자목적”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꾸준히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도원 삼표 회장을 비롯해 특수관계인 13명이 ㈜동양의 지분 5%(1,193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물론 조달자금 일부는 인수금융 조기 상환에 사용될 예정이다. 삼표가 동양시멘트 지분을 담보로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 받은 2,000억원은 동양시멘트 주가하락에 차입금 부담만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삼표는 동양시멘트 인수로 1년 새 순차입금이 3,670억원가량 증가해 부채 비율이 2014년 말 15.27%에서 2015년 89.69%로 증가했다.

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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