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현대車·현대重 파업에 부품 공장도 올스톱...협력사들 냉가슴

수출도 안되는데 생산할수록 재고만 산더미

"자동차 산업 냉각에 협상 타결 장기화 가능성

이해관계자들 머리맞대 위기극복방안 마련을"

현대자동차에 변속기 부품을 공급하는 한 중소기업은 최근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파업이 시작되자 비상등이 켜졌다. 당장 부품 생산을 멈추게 생겼고 이 회사의 하청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연초에 큰돈을 들여 생산시설을 대규모로 증설했는데 공장 가동을 멈추면 투자 손실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이전에는 파업이 진행되더라도 생산 일정을 맞추느라 현대차 사측이 파업 타결을 서두르는 분위기였지만 이번에는 자동차산업 자체가 너무 얼어붙어 있어서 노사 협상 타결이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며 “이렇게 되면 당장 올 초 잡아놓았던 매출 목표 달성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를 대변하는 전국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들이 지난 20일 울산 태화강에서 열린 민주노총 울산노동자 총파업대회에서 파업 자제를 호소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울산=연합뉴스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를 대변하는 전국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들이 지난 20일 울산 태화강에서 열린 민주노총 울산노동자 총파업대회에서 파업 자제를 호소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21일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의 구조조정이 촉발한 노조의 파업이 협력 중소기업에까지 여파를 미치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이 23년 만에 동시 파업을 진행하자 관련 협력사들은 사실상 ‘올스톱’된 상황이다. 협력 중소기업들은 당장 발주가 줄어들고 있지만 하릴없이 사태만 주시하고 있을 뿐이다. 사건의 발단은 대기업 노사 갈등에서 시작됐지만 이 때문에 직격탄을 맞는 것은 뒷단에 있는 협력사들이다.


실제로 전날 현대기아차 협력사협의회는 ‘현대차 노조의 총파업을 우려하는 입장’이라는 자료를 내고 “현대차 모기업의 생산 중단이 부품 협력사의 가동 중단으로 이어지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원만한 교섭 타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대기업 사측과 노조 모두의 눈치를 봐야 하는 협력사들이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모아 파업 자제를 촉구하는 것은 그만큼 이번 상황에 대한 위기감이 협력업체 전반으로 퍼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2일에는 금속노조 총파업도 예고돼 있는 상황이라 대기업의 노사 갈등이 대·중소기업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고위관계자는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대기업의 임금을 5년간 동결해 중소기업과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공식 석상에서 얘기할 만큼 대기업 임금은 강성 노조에 의해 부풀려져 있는 게 사실”이라며 “사회적 분위기에 역행하는 대기업 노조의 잘못된 행태를 지적하는 규탄 성명을 조만간 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기업들은 당장 생산한 물량을 출고하지 못해 재고를 쌓아두기도 버겁다. 차량용 시트와 범퍼를 만드는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차량용 시트와 범퍼의 경우 부피가 커서 생산하면 바로 완성차 업체로 들어가야 하는데 파업이 길어지면 생산품을 회사에 그대로 쌓아둬야 한다”며 “재고를 쌓아 둘 공간이 없어 생산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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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현대차의 수출부진으로 줄어든 물량에 파업 여파까지 가세하면서 납품 물량이 크게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현대차 부품 도금 업체의 대표는 “우리는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 할 수 있는 게 없고 이른 시간 안에 사태가 해결되기만 바라고 있다”며 “현대차 노조는 임금을 올려달라고 하는데 임금이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자동차 판매가격이 오르고 이는 차 판매량 감소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우리 같은 중소기업들은 노조 파업이 끝난 후에도 타격이 이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중소기업들은 파업 이후 벌어질 단가 후려치기도 걱정이다. 자동차산업조합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 노동자들의 임금이 오르면 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협력사의 납품단가 인하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완성차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으로 협력사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압박이 커지면 판매가격은 내리고 비용은 오르는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어 걱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 임금협상이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만큼 이해관계자들을 모두 모아 협의체를 구성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차산업이 위기를 겪으면 밑단에 있는 협력사부터 큰 피해를 보기 시작하고 대기업 근로자들은 가장 마지막에 피해를 체감하게 된다”며 “원청업체의 조그만 변화에도 협력사들은 큰 영향을 받는 만큼 대기업의 사측과 노조, 그리고 관련 협력업체 등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모여 협의체를 구성해 함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정명·한동훈·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강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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