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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빛낼 스타] ⑪ 손영희

‘제2의 장미란’으로 주목받은 여자 최중량급 일인자

“4, 5위가 현실적인 목표지만, 메달도 한 번”

‘어깨 수술, 작은 발’이 핸디캡이지만 긍정적인 생각이 무기

2016 리우 하계올림픽을 30일 앞둔 5일 오후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에서 역도 대표팀 손영희가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2016 리우 하계올림픽을 30일 앞둔 5일 오후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에서 역도 대표팀 손영희가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실적인 목표는 4, 5위인데….”

손영희(23·부산역도연맹)는 몸을 낮췄다. 하지만 ‘메달’을 떠올리면 승부욕이 자란다.


“제가 4위를 하면 3위로 동메달을 딴 선수를 엄청나게 질투할 거 같긴 해요.”

한국 역도는 긴 암흑기를 지나고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역도는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땄다. 장미란과 사재혁이 정상에 올랐고, 윤진희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2년 런던에서 노메달에 그친 한국 역도는 올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메달 획득이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기대주는 있다. 장미란이 세계 최정상으로 군림했던 여자 최중량급(75㎏ 이상)에서 빛이 보인다. 리우올림픽 출전권 7장을 손에 넣은 한국은 여자 최중량급에 손영희와 이희솔(27·울산시청) 두 명을 내보낸다. “손영희와 이희솔 둘 중 한 명은 경기 당일 몸 상태에 따라 메달 획득도 가능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전략적 선택이었다.


한국 역도는 가파른 상승세를 탄 손영희에게 더 큰 기대를 건다. 손영희는 4월에 열린 전국 남녀역도선수권대회 인상에서 119㎏을 들어 124㎏에 성공한 이희솔에 5㎏ 뒤졌다. 그러나 용상에서 166㎏을 들어 올려 161㎏을 기록한 이희솔과 합계 285㎏으로 동률을 이뤘다. 결국 둘의 체중을 측정했고, 몸무게가 덜 나간 손영희가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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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천 대표팀 감독은 “손영희가 용상에서 무리하게 승부를 건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해내더라. 희망을 봤다”고 떠올렸다.

지난해 11월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2015 세계역도선수권대회 여자 75㎏급 이상 경기에서 인상 118㎏, 용상 155㎏, 합계 273㎏으로 7위에 올랐을 때보다 기록도 늘었고, 집중력도 향상됐다.

손영희가 꾸준히 개인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점은 무척 고무적이다. 손영희는 냉정하게 자신을 바라봤다. 그는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한 타티아나 카시리나(러시아·인상 148㎏, 용상 185㎏, 합계 333㎏)를 보며 나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했다”며 “도핑 파문으로 세계적인 선수 몇 명이 불참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현실적인 목표는 4위”라고 했다. 하지만 손영희가 합계 290㎏대 기록을 만든다면 메달 획득도 가능하다. 대범한 성격은 올림픽 무대에서 장점이 될 수 있다.

2016 리우 하계올림픽을 30일 앞둔 5일 오후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에서 역도 대표팀 손영희가 훈련 중 휴식을 취하며 밝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2016 리우 하계올림픽을 30일 앞둔 5일 오후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에서 역도 대표팀 손영희가 훈련 중 휴식을 취하며 밝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손영희는 “나는 대회 때 긴장하는 편이 아니다. 단순하게 ‘이것만 들자’라고 생각한다”며 “첫 올림픽 무대가 설레긴 하지만 겁나지는 않는다”고 했다.

사실 그는 큰 시련을 쉽게 넘겼다. 고교 3학년 때 선수 생활에 치명적일 수 있는 어깨 수술을 받았지만, 눈물 한 번 흘리지 않고 재활을 마쳤다. 손영희는 “수술 당일에 의사와 농담을 나누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역도 선수에게는 약점인 ‘작은 발’도 유쾌하게 화제에 올린다. 손영희의 발 크기는 235㎜다. 그는 “키가 1m70㎝가, 몸무게는 110㎏이 넘는데 발이 작아서 균형을 잡기 어렵다. 왜 발만 안 자랐을까”라고 웃었다. 이미 작은 발의 약점을 극복했기 때문에 던질 수 있는 농담이다.

한국 역도는 손영희를 통해 르네상스를 꿈꾼다. 수술 자국이 있는 손영희의 어깨에, 역도 선수로는 작은 235㎜의 발에, 한국 역도는 기대를 건다. 손영희는 기분 좋게 그 부담감을 받아들였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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