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2016 추경예산안 의결]브렉시트에 쫓긴 추경...경기부양 실탄은 절반 그쳐 '외화내빈'

촉박한 편성에 돈쓸 사업 찾느라 '골머리'

추경 11조 중 지방재정·국채상환 제외땐

구조조정·일자리 3.8조·지역경제 2.3조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은 그 어느 해보다 긴박하게 편성됐다. 이미 내년 예산 편성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추경이 불거지면서 정부 내부에서도 ‘하자’와 ‘하지 말자’로 나뉘어 논란을 벌였다. 추경 편성의 성패를 가른 것은 설마 했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였다. 지난달 24일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발표를 불과 4일 앞둔 시점이었다. 브렉시트에 놀란 정부는 부라부랴 추경 편성을 공식화하고 한 달도 채 안 된 22일 추경 편성안을 공개했다. 현 정부 임기 4년 동안 세 번째 추경이다.

정부도 너무 급하게 편성하다 보니 돈 쓸 사업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추경이 공식화된 시점은 이미 내년 예산안 편성이 한창 진행되고 있던 때”라며 “너무 급하게 결정이 이뤄지면서 관련 사업을 찾아내는 데 시간이 촉박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기보다 내년 예산으로 지원하려 했던 사업의 상당수를 이번 추경 사업에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추경은 물론 전체 ‘28조원+α’ 재정보강 패키지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규모에 비해 외화내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추경의 총 규모는 11조원. 정부는 세출 9조8,000억원 가운데 구조조정 지원에 1조9,000억원, 일자리 창출 및 민생안정에 1조9,000억원, 지역 경제 활성화에 2조3,000억원, 지방재정 보강에 3조7,000억원을 편성했다. 나머지 1조2,000억원은 국채를 갚는 데 쓴다. 그러나 국채를 찍지 않고 올해 더 걷힌 세수를 활용하는 만큼 지방자치단체에 자동으로 내려가는 지방교부세(1조8,000억원), 지방교육재정교부금(1조9,000억원) 등 3조7,000억원을 제외하면 실제 투입되는 세출은 6조1,000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당시 추경의 세출 6조2,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구조조정은 물론 경기진작을 위해 실제 쓸 수 있는 돈은 많지 않은 셈이다. 정부가 재정보강으로 내놓은 17조원 가운데 기금계획 변경(3조3,000억원)과 한전 등 공기업 투자(1조3,000억원)를 제외한 나머지 12조4,000억원은 정부 출연기관의 보증 배수를 활용한 간접 금융지원으로 실제 규모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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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의 세부 내역에서도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정부는 우선 구조조정 지원과 관련해 국책은행 자본확충 및 기업투자 촉진 차원에서 수출입은행(1조원)과 산업은행(4,000억원)에 1조4,000억원을 출자한다. 추경이 없었다면 정부가 공기업 주식으로 현물 출자해야 했던 부분이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등에 3,000억원을 출연하는 등 중소기업 신용보강을 위한 보증·보험 확대에 4,000억원을 투입하는 것도 구조조정과는 직접 관계가 없다.

이 밖에도 구조조정 부문 1조9,000억원을 제외한 4조2,000억원의 대부분이 끼워넣기 사업들로 채워졌다. 추경 요건은 대량실업 우려인데 이와 직접 관계가 없는 사업들도 상당수다. 중소기업 수출역량 강화 및 해외진출 촉진(5,000억원), 민생안정 지원(9,000억원), 생활밀착형 시설정비 및 지역 산업·관광산업 활성화(4,000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민생안정 지원의 경우 저소득 취약계층의 생계안정을 위한 생계급여(1,000억원), 긴급복지(200억원), 전기차(644억원)와 수소충전소(15억원) 보급 등이 포함돼 있다. 기획재정부 출신인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추경에는 전기·수소차 지원 등 구조조정과 일자리 창출에 부합하는지 의문이 드는 편성이 적지 않다”며 “본 예산 집행률을 높여 해결할 수 있거나 올해 안에 집행이 가능한지 의문이 드는 사업도 상당수”라고 지적했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선심예산 논란을 피하기 위해 사회간접자본(SOC)을 뺀 것에 대해서도 경기부양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1999년 이후 이번까지 총 16번의 추경에서 SOC가 빠진 것은 6번밖에 안 된다. 더구나 최근 10년 동안 편성된 추경에서 SOC가 없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SOC가 들어 있지 않아 생각만큼 경기부양 효과는 커 보이지 않는다”며 “SOC가 없으면 성장률을 올리는 데 아무래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김정곤·이태규기자 mckids@sedaily.com

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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