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한진해운 7,000억 실탄 마련땐 정상화 지원…선박금융 협상 타결이 전제 조건"

채권단, 한진해운 유동성 부족분 1조2,000억서 양보

선박금융 만기연장 까다로워 해외 금융회사 설득이 관건

협상실패 땐 법정관리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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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과 채권단이 한진해운 구조조정의 부족자금과 관련해 한진그룹이 7,000억원의 실탄을 마련해올 경우 정상화를 지원하는 것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채권단은 기존에 한진해운 부족자금을 1조2,000억원으로 보고 이를 자체적으로 마련하지 못할 경우 법정관리에 보낸다는 입장이었다. 부족자금 규모를 줄인 것은 한진해운이 해외 금융회사와 5,000억원 규모 선박금융에 대한 원금상환 유예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점이 고려됐다.

채권단은 그러나 이는 한진해운이 추진 중인 용선료 인하는 물론 선박금융 원금상환 유예 협상이 타결됐을 경우를 전제로 한 것으로 이 조건이 충족되지 못할 경우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22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측이 다음주까지는 부족자금에 대한 자금조달 계획을 가지고 와야 한다”면서 “채권단은 선박금융 만기 연장 협상이 잘 진행된다는 전제하에 부족자금이 최소 7,000억원선은 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족자금 7,000억원 중 90% 이상은 한진그룹에서 자체적으로 조달해와야 나머지 부분에 대해 채권단 내에서 논의라도 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채권단이 한진그룹에 최소 커트라인으로 요구한 7,000억원의 90%는 6,300억원 정도로 이는 당초 부족분으로 제시한 1조2,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자금조달 규모를 이같이 줄인 것은 한진해운에 최대한 정상화의 기회는 주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채권단은 다음주 한진해운의 자금 계획과 협상 진행 여부를 검토해 자율협약 1개월 연장 여부를 판단한다는 계획이다. 채권단은 한진해운이 조건부 자율협약을 개시할 당시 3개월 외에 1개월에 한해 협약 시한 연장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3개월 만료 시점은 오는 8월4일이다.


채권단이 요구하는 자금 규모가 줄어든 결정적 배경은 선박금융 협상 때문이다. 한진해운은 용선료 인하 협상 외에 해외 선박금융회사와 5,000억원 규모 선박금융에 대한 원금상환 유예 협상을 추진 중이다. 한진해운이 금융회사에서 빌린 선박금융 잔액은 2조5,000억원으로 총 부채의 43% 정도를 차지한다. 한진해운 입장에서는 선박금융의 만기를 연장하면 당장 갚아야 하는 선박금융에 대한 부담이 그만큼 적어진다. 이 중 올해와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선박금융 규모는 5,000억원가량으로 선박금융 만기 연장에 성공하면 부족자금 1조2,000억원 중 5,000억원에 대한 빚 부담은 내년 이후로 연기되는 셈이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마련해야 하는 자금 규모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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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이 필사적으로 선박금융 만기 연장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자금조달 계획이 여의치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채권단 관계자는 “해외 선주를 대상으로 한 선박금융 만기 연장 협상은 현대상선에서도 시도하지 못한 것”이라며 “한진그룹은 어떤 어려운 협상력을 동원해서라도 자금조달 규모를 줄이는 것을 최대 관건으로 보고 이 같은 선박금융 만기 연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한진해운의 회생이 달린 선박금융 만기 연장 협상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해운업계에서는 용선료 인하보다 해외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한 선박금융 만기 연장을 더 어려운 협상으로 보고 있다. 까다로운 외국계 금융회사를 협상 대상으로 해야 하는데다 금융회사들 입장에서는 선박을 담보로 잡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만기를 연장할 유인도 떨어진다. 현대상선이 사채권자와 용선주까지만 채무재조정 대상에 포함시키고 해외 선박금융을 제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실제 한진해운의 선박금융 만기 연장 협상이 제대로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채권단 및 금융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선박금융 만기 연장은 용선료 협상보다 오히려 진도를 나가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담보가 있는 해외 금융사를 설득하는 것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박금융 만기 연장이 당초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법정관리를 피할 수 없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은 용선료 인하-채권단 및 사채권자 출자전환 등 현대상선의 정상화 과정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선박금융 만기 연장을 해야 한다”면서 “이 협상이 성사될 경우 채권단과 당국은 한진그룹의 자금조달 규모를 줄인 것을 인정할 수 있지만 이 협상이 어긋날 경우 정상화는 수포로 돌아가고 한진그룹도 1조2,000억원대의 자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법정관리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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